여행 일반
Machu Picchu…잉카의 후예들은 정말 우주로 사라진걸까
라이프| 2013-06-13 11:28
천길 낭떠러지를 좌우로 바꿔가며
버스를 타고 유적지로 향한다
발 아래 수백미터 밑에서
안데스 협곡의 황톳물이 요동친다
고산증에 현기증까지 밀려온다

해발 3000m 위 3000개의 계단
한치의 오차없이 맞물린 돌들
정말 사람이 만들었을까?
巨石의 미학은 그 자체로 수수께끼
망각의 봉인이 풀리는 날은 언제일까




“1911년 7월 24일 차가운 보슬비가 내리는 아침. 우리는 급류를 뒤로 하고 강 언덕을 기어 올랐다. 가파른 절벽이 앞을 막는다. 8살쯤 되었을까. 어린 소년이 안내인이 되어 준다. 아이는 돌계단처럼 보이는 곳으로 올라가라고 재촉했다. 커다란 화강암 벽돌로 만들어진 좁은 계단을 지나 사람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은 숲 쪽으로 들어섰다. 갑자기 폐허가 된 집들이 나타났다. 나무와 이끼로 뒤덮인 집들은 수백년 동안 묻혀 있었던 듯 보인다. 이리저리 뒤엉킨 덩굴 속에서 하얀 벽이 드러난다. 잉카 최고의 석조 기술이 담겼다. 정교하게 맞물린 벽들은 경이로움 그 자체. 계단식 대지는 잘 다듬은 바위들로 둘러싸여 있고, 위로 오를수록 바위들은 커졌다. 누가 내 발견을 믿어줄까? 무게가 족히 10~15t은 나가보인다. 수레도, 짐을 끄는 동물도 없이 어떻게 이 거대한 바위들을 2400m까지 옮겼을까. 낭떠러지 아래로 우루밤바강이 포효한다. 이 도시는 말그대로 난공불락이다.” (하이람 빙엄, 1948, ‘잉카의 사라진 도시’ 중에서)


마추픽추(3000m)에 올랐다.‘ 공중도시’(2400m) 뒤로‘ 젊은 봉우리’를 의미하는 와이나픽추(2800m)가 웅장한 모습을 뽐낸다. 우루밤바강이 휘돌아 나가는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요새다. 단 168명으로 잉카 제국을 멸망시킨 스페인 군대가 끝내 마추픽추는 발견하지 못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 ‘잃어버린 도시’를 찾아서…1911년의 탐험가로 ‘빙의’하다 

2013년 4월 19일. 지구를 반바퀴 돌아 남아메리카 페루의 ‘공중도시’ 마추픽추와 마주했다. 미국 예일대 교수 하이람 빙엄(1875~1956)이 발견한 100여년 전과 달라진 건 별로 없다. 어린 소년이 아닌 영어가 유창한 전문 해설사가 안내를 했고, 도시를 뒤덮고 있던 나무와 이끼는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로 바뀌었을 뿐이다. 

사라져버린 잉카 제국(13세기 초에 시작해 안데스를 중심으로 융성한 고대문명. 한때 칠레와 콜롬비아까지 세력을 넓혔으나 1533년 스페인 침공으로 멸망했다. 제국의 공식 이름은 ‘따완띤수요’이며 ‘잉카’는 케추아어로 본래 ‘왕’을 의미한다)에 대한 신비스러운 감정은 오히려 더 짙어졌다. 빙엄 교수가 400년 동안 묻혀 있던 도시를 발견하고도 100년이 더 흘렀건만, 밝혀진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잉카 제국이 남긴 유적지라는 것 빼고는 모든 게 추측이다. 9대 군주 빠차꾸떽(1438~1472)의 별궁이었다는 유력한 ‘설’이 존재하지만 그마저도 결국 남은 자의 상상에 불과하다. 

1세기 동안 수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었지만 잉카족에 대한 이야기들은 여전히 의혹과 모순의 미로 속에 있다. 빙엄 역시 페루 남부지역을 탐험한 후 저술한 ‘잉카의 땅(Inka Land)’을 통해 “미궁 속에서 역사학자들은 너무나 빨리 사실에서 환상 속으로, 주의 깊은 관찰에서 기괴한 상상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고백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한편에선 여전히 마추픽추가 잉카 문명보다 600년이나 앞선 800년경에 세워졌다거나, 여성들만 살던 수도원 혹은 스페인 식민지 시절 잉카인들의 마지막 은신처였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많다. 


#기괴한 상상 하나, 외계인이 만든 게 틀림없다

페루에 간다고 하자 한 지인은 “마추픽추 돌과 돌 사이에 정말 면도날이 안 들어가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덧붙이기를, “혹시 외계인이 만든  아닐까?”

마추픽추 방문자들의 베이스캠프, 아구아스깔리엔떼스 마을에서 버스를 탔다. 설레는 마음은 빙엄 교수에 뒤지지 않지만, 100년의 세월은 가파른 절벽을 오르고 통나무 다리를 엉금엉금 길 정도의 열정은 필요없게 만들었다. 

아찔한 천길 낭떠러지를 좌우로 바꿔가며 버스가 유적지 입구를 향한다. 안 그래도 고산증에 숨이 ‘턱’하고 막히는데, 현기증까지 밀려온다. 수십t의 돌을 끌고 여길 어떻게 올랐을까. 불현듯 지인이 주장한 ‘외계인 축조설’이 떠오른다. 수백m 아래로는 안데스 협곡의 황톳물(우루밤바강)이 요동친다. “20분이면 간다더니, 왜 이리 멀어?” ‘리틀 빙엄’이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 재밌는지, 현지 가이드 호세는 한 술 더 뜬다. “원주민들은 이 강을 ‘야와르 마유(피의 강)’라고 불러. 꽤 으스스하지?” 

마추픽추 유적지를 돌아보는 동안, 곳곳에서 도보 여행자들의 꿈‘ 잉카트레일’의 흔적도 만날 수 있다.

‘케추아어(페루 원주민어)’로 마추픽추(3000m)는 사실 ‘늙은 봉우리’를 뜻한다. 유적지(2400m)를 사이에 두고 ‘젊은 봉우리’ 와이나픽추(2800m)가 자리한다. 버스로 30분을 오른 후엔, 천천히 쉬면서 걸어도 2시간이면 도시 전체를 살필 수 있다.

까마득했던 ‘공중 도시’가 눈앞에 펼쳐진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요새다. 단 168명으로 잉카 제국을 멸망시킨 스페인 군대가 끝내 마추픽추를 찾아내지 못한 이유가 납득이 간다. 추정 공사기간은 90여년(1450~1540). ‘빠차꾸떽 별궁설’이 맞다면 공사에 투입된 어마어마한 노동력은 주변 정복지의 노예들이 채웠을 게다. 

도시의 속살을 가까이 들여다본다. 3000개에 이르는 계단과 200여개의 건물이 남아있는 주거지. 서로 다른 모양의 돌들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있다. 동짓날 일출 때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게 만들어진 ‘태양의 신전’은 다른 석조물과는 달리 부드러운 곡선이다.

일행 중 한 명이 얇은 종이 한 장(면도날을 깜빡했다)을 벽돌 사이에 끼워넣다 외친다. “이게 정말 사람이 한 거야?” ‘외계인 축조설’에 마음이 기울려는 찰나, 며칠 전 방문했던 오얀따이탐보의 신전이 떠올랐다. 당시 가이드 리즈는 바위 옆에 배꼽처럼 튀어나온 장식을 보여주며 “손잡이를 만들어 돌을 옮긴 후, 건물을 쌓은 후엔  다시 이를 깎아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계단식 경작지의 규모로 보아 최대 2000여명이 주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수께끼 하나, 그들은 정말 우주로 돌아갔을까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이 도시를 만든 게 외계인의 ‘짓’이라면, ‘공중도시’ 마추픽추엔 우주인이 살았을 게다. 또, 500년 전부터 도시가 텅 빈 건 그들이 지구를 떠났기 때문이라는 논리가 성립한다. 우스갯소리마냥 이렇게 황당한 공상을 하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남아있는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잉카 문명엔 문자가 없다. 줄의 매듭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결승문자’가 있었지만, 현재 전혀 해독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1500년대 초반 ‘엘도라도(황금으로 번쩍이는 나라)’로 불리며 스페인 정복자들의 가슴을 뛰게 한 잉카 제국이 그 명성이 무색케 사라져버린데엔 문자가 없었던 탓이 크다. 잉카 제국이 가장 번성한 빠차꾸떽 군주 시절인 1400년대 후반, 우리 선조들은 이미 여성과 평민들까지 한글을 읽고 썼다. ‘단군의 자손’인게 새삼 자랑스럽다. 300년을 스페인의 식민지로 보낸 페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36년간 일제강점기를 겪은 한국이 고유의 문화를 지켜낼 수 있었던 힘도 한글이다. 괜히 코끝이 찡해진다. 

‘공중도시’로 향하는 입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커플.

다시 잉카의 후예들의 행방을 쫓는다. 누가, 언제, 왜 마추픽추를 건설했는지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설이 엇갈리니, 당연히 주민들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기 어렵다. 종교 시설로 보아 사제들이 거주했을 테고, 계단식 경작지로 보아 평민들도 최대 2000명까지 살고 있었을 거라고 추측할 뿐이다. 또한 스페인 정복시대에 접어들면서 전쟁으로 인한 대규모 병력 동원,  전염병으로 인한 몰살 등으로 도시는 급격한 인구 감소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 고된 강제노동에 시달리던 노예들은 (역시 ‘빠차꾸떽 별궁설’이 맞다면) 스페인 침략자들이 빠차꾸떽의 미이라를 불태우자, 앞다퉈 도시를 떠났을 게다.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은 ‘신비의 도시’ 마추픽추의 이미지를 더욱 견고하게 감쌌고, 마추픽추는 1983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현대 기술로도 흉내내기 쉽지 않은 ‘거석의 미학’은 그 자체로도 수수께끼다. 엄청난 인력과 시간을 동원해 만든 도시가 신화도 전설도 기록에도 흔적을 남기지 못했다. 이 역시 불가사의다. 과연, ‘망각’의 봉인이 풀리는 날이 올까. 


■ 마추픽추에 오르려면

잉카 유적지 마추픽추에 오르기 위한 베이스캠프는 아구아스깔리엔떼스 마을이다. 버스를 타고 30여분간 천길 낭떠러지를 옆에 두고 산길을 오른다. 아구아스깔리엔떼스는 일명 ‘마추픽추 타운’이라고도 불리는데, 보통 여행객들은 쿠스코 인근 뽀로이(Poroy)역에서 기차를 타고 이곳으로 모여든다. 뽀로이(해발 3486m)에서 마추픽추(2400m)까지는 86㎞ 떨어져 있으며, 열차 종류에 따라 2~5시간이 걸린다. 중간에 오얀따이땀보(2800m)를 경유한다. 뽀로이에서 마추픽추까지 운행하는 철도 회사는 오리엔탈 익스프레스(페루레일)와 잉카레일, 안데안레일웨이즈가 있다. 관광객들이 주로 타는 오리엔탈 익스프레스(www.orient-express.com)는 원래 영국회사로, 페루레일이라는 현지 법인을 가지고 있다. 점심, 저녁 식사와 마추픽추 입구까지의 왕복버스, 가이드까지 모두 포함한 ‘하이람 빙엄(Hiram Binghamㆍ560달러)’과 가벼운 스낵, 음료를 제공하는 ‘비스타돔(Vistadomeㆍ140달러)’, 배낭여행객들 위한 ‘엑스페디션(Expeditionㆍ80달러)’을 운행하고 있다. 마추픽추 입장권은 131솔(한화 5만8000원)로 하루 입장객 2500명(와이나픽추는 4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특히, 성수기인 건기(5~9월)에 와이나픽추에 오르려면 예약이 필수다. 


■ 낭만적인 도보 여행자라면

‘성스러운 강’ 우루밤바의 물줄기를 따라 기차를 타도 좋지만, 탐험가 하이람 빙엄이 아니라 ‘잉카 인’의 마음이 되어 걸어서 마추픽추에 가는 방법도 있다. 도보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잉카 트레일’을 꿈꾼다. 제주 올레길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도 매력적인 트레킹 코스다. 마추픽추를 방문했던 지난 4월에도 잉카 트레일(잉카의 길)을 따라 트레킹을 하는 유럽 여행객들이 많았다. 잉카 트레일은 잉카 제국 융성기, 빠차꾸떽 군주 시절에 닦여진 산길로 안데스 산맥부터 태평양 연안에 이르기까지 총길이가 4000㎞에 달한다고 한다. 쿠스코에서 마추픽추까지 걸어가면 보통 4~5일이 소요된다.   


■ 고산증, 어느정도 일까
 
이번 페루여행 일행은 6명이었다. 출발 전부터 모두 고산증(고원지대에서 혈중 산소포화도가 낮아지면서 나타나는 증상)을 염려했지만, 쿠스코(3400m)와 오얀따이땀보(2800m), 마추픽추(2400m)를 탐방하는 동안 3명은 아무런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한 명은 자신도 모르게 툭하면 (물론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졸고 있었고, 한 명은 (고산증을 예방한다는 ‘그’ 약을 먹었음에도)술을 잔뜩 마신 날처럼 연신 숨이 가쁘다고 했다. 그리고 한 명은 내내 어지럼증ㆍ두통 등을 호소했고, 식사도 제대로 못했다.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고산증은 기초 체력과는 하등 상관이 없어 보였다. 복불복이다. 현지에서는 이를 완화시키기 위해 코카잎을 씹거나, 코카차를 마신다. ‘P’사에서 판매하는 발기부전치료제를 먹으면 도움이 된다는 ‘설’이 있으나 효능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호텔 등 곳곳에 산소 호흡기가 비치돼 있다. 일정이 허락한다면 하루 이틀 정도 적응기를 보낸 후 본격적인 관광에 나서는 걸 추천한다.   

마추픽추에 가기 위한 베이스캠프 아구아스깔리엔떼스마을. 쿠스코 인근에서 기차를 타면 2시간 정도 소요된다.

■ 페루 가는법 

국내에서 페루까지는 아직 직항이 없다. 1~2번의 경유를 거쳐서 페루의 수도 리마까지 도착하는데는 24~30시간이 족히 걸린다. 대부분의 미주 항공사들이 미국~리마 구간을 취항하고 있다. 아메리칸에어라인(02-2258-0907)이 인천~달라스~리마 구간을, 라탐항공(02-775-1500)이 인천~미국(경유)~리마 구간을 매일 취항하고 있다. 시간이 넉넉하고 체력에 자신있다면 좀 더 저렴하게 페루에 갈 수 있다. 델타에어라인이 인천~도쿄~아틀란타~리마 구간을 운항한다. 먼 거리만큼 한국에서는 페루가 여전히 일부 마니아들의 여행지로 여겨지고 있지만, 이미 주요 여행사에 독특한 페루여행 상품이 준비되어 있다. 한진관광에서는 페루 일주 10일(1566-1155)을, 롯데관광(02-2075-3400)에서는 남미 하이라이트 15일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보다 자세한 문의는 페루관광청 한국 대표 홍보사무소 GEOCM (070)4323-2560 


마추픽추(페루)=글ㆍ사진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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