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10년주기로 불·호황 반복
#2. 2001년 경매로 나온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연면적 1595㎡, 지하 1∼지상 6층짜리 건물을 29억원에 사들인 김영수(가명ㆍ 50) 씨. 김 씨는 11년간 건물을 보유하다 지난해 말 85억원에 매각했다. 김 씨가 거둔 차익도 56억원. 장 씨와 김 씨는 “매입한 건물을 10여년 뒤에 매각한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노하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강남권을 위주로 중소형 빌딩들이 잇따라 경매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들처럼 ‘10여년을 기다린’ 경매 고수들의 투자 패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장 씨와 김 씨의 재테크 비법은 간단했다. 바로 시간이다. 지난 ‘10년’은 그들이 투자에 성공한 가장 큰 이유였다. 건물값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땅값 때문이다. 지가가 오르면 건물 가치는 자연스레 오른다는 게 그들의 논리였다. 실제 전국 땅값은 1990년대 후반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받으며 폭락했으나 그 뒤 10년간 꾸준히 뛰었다. 강남 등 입지가 좋은 곳은 상승 폭이 몇 갑절이다.
이들은 ‘10년 주기론’, 즉, 다른 산업처럼 부동산도 10년 단위로 불ㆍ호황이 반복된다는 순환이론을 철저히 지켰던 것이다. 이를 통해 성공한 투자자들은 현재 재투자를 고심 중이다. 강남권에서 비교적 ‘중저가’인 20억∼60억원대로 경매에 나온 중소형 빌딩이 1년새 갑절로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낙찰을 받더라도 과거처럼 단순히 묻어둘 생각은 없다. 대신 ‘적극적으로’ 기다릴 계획이다. 공실을 줄이고 임차인을 유치하기 위해 발로 뛰겠다는 의미다. 장 씨는 “지가상승 기대감이 없어졌기 때문에 시세차익보단 운영수익이 더 중요하다”며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1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옛날처럼 과도하게 빚을 내 낙찰받는 행위도 금물이라고 투자 고수들은 설명한다. 김 씨는 “10여년 전엔 매입가의 70%가 빚이었지만 현재는 자기자본이 50% 이하면 손대지 않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실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지하 1∼지상 5층, 연면적 1000㎡짜리 건물을 2년 전 42억원에 낙찰받은 이영진(가명) 씨는 당시 융자를 31억원이나 끼고 샀다가 올 상반기 37억원에 되팔았다. 예상과 달리 시세가 내려가면서 빚을 감당하지 못해 밑지고 판 것이다.
정호진 (주)빌딩경영플래너 대표는 “20년 전에 빌딩 투자수익에서 시세차익 비중이 운영수익의 갑절이었지만 지금은 둘 사이가 역전됐다”고 평했다. 황종선 알코리아 대표도 “과거 빌딩 투자자들은 땅값만 믿고 10년을 기다렸지만 현재 ‘고수’들은 운영수익을 고려해 빌딩 가치를 높이는 데 10년을 공들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윤현종 기자/factis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