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사태 등 연이은 악재
환율·주가·금리 변동성 확대
지난달 초 투자 상품 문의를 위해 강남 모 증권사를 찾은 B 씨는 브라질 국채 투자를 권유받았다. 증권사 직원은 브라질에서 부과하던 토빈세(6%)가 사라진 데다 헤알화의 가치가 많이 떨어져 투자 적기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헤알화 가치가 상승해 환차익이 생기면 그때 바로 팔아도 된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확신을 못해 투자를 잠시 미뤘던 B 씨는 최근 들어 신흥국 금융위기가 브라질 등으로 확산될 우려가 고조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브라질ㆍ인도 국채, 랩(wrap), 인컴펀드 등 한때 각광받던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이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고위험ㆍ중수익 상품’으로 돌변했다. 국내 저금리 기조로 인해 국내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위험은 낮으면서 ‘시중 금리+α’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에 투자를 늘렸다. 하지만 최근 미국 양적 완화 축소, 신흥국 경제위기, 이집트ㆍ시리아 사태 등 연이은 악재로 환율ㆍ주가ㆍ금리 등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상품위험도가 높아졌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브라질 국채 판매액은 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연 10% 수준 금리, 이자 소득 및 채권 차익 비과세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브라질 국채는 미국의 출구 전략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헤알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을 입을 수 있다.
윤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 상황에 취약한 브라질 경제가 악화되거나 미국 출구 전략이 단행돼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면 리스크 관리가 쉽지 않다”면서 “몇 개 종목을 선택해 투자하는 랩(wrap) 상품도 최근 수익률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여전히 관련 상품을 전략 상품으로 팔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도 채권도 고위험 상품으로 바뀌고 있다. 현재 국내에 팔린 인도 국채는 약 1000억원 선. 1년 만기, 7%의 쿠폰금리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었다. 인도 국채 수익률은 최근 -10%까지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최근처럼 시장 변동이 클 때는 환율을 유심히 살펴볼 것을 강조했다. 이머징국가 통화는 원화로 바로 교환되지 않기 때문에 원화를 달러로, 이를 다시 해당 국가 통화로 바꾸는 이중의 환전 과정을 거치면서 통화 리스크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 국채는 원/달러 거래는 헤지를 하지만 달러와 루피 사이는 비용 문제로 헤지를 하지 않는다.
배당주나 채권, 리츠 등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자산에 투자하는 인컴펀드도 예외가 아니다.
인컴펀드는 저금리 시대 대표적인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으로 인기를 끌며 7월 말까지 1조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았지만 줄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신흥국 채권과 주식이 침체된 영향이 컸다. 특히 국내에 출시된 인컴펀드는 신흥국 관련 자산 투자 비중이 높다.
권남근ㆍ김우영 기자/happyda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