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상처만 깊어진 ‘3자 회동’… ‘잠 못든’ 김한길.. 침묵의 청와대
뉴스종합| 2013-09-17 09:51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3자 회동을 했지만 ‘감정의 골’만 더 깊어졌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합의문 도출 실패는 민주당 탓”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민주주의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다는 것이 제 결론”이라고 혹평했다. 회담 직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장외 투쟁’ 장기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만 높았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국정원 개혁을 비롯해 거의 모든 쟁점에 대해서 이견을 보였다. 김 대표는 ‘문제점’을 지적했고, 박 대통령은 ‘기존의 입장’을 다시 밝혔다. 80분 가까이 진행된 회동은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는 ‘평행선’이었다.

박 대통령은 김 대표의 ‘국정원 개혁 요구’에 대해 “국정원 개혁안은 먼저 국정원법에 따라 국정원에서 스스로 안을 만든 다음에 그 안을 가지고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셀프 개혁’ 비난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의 자체 개혁이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왜 국정원 개혁을 하지 않았냐”며 김 대표를 압박했다.

김 대표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자 “지금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서 대통령이 사과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거절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대표가 최근 무죄 선고를 받은 선친 사안을 언급하며 “긴급조치와 사과한 판사는 아무 관계 없는 사람”이라며 다시 사과를 요구했지만, 박 대통령은 아무 답변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총장 사퇴 파문과 관련해 김 대표는 “검찰총장 교체를 통해 검찰을 무력화하려고 시도한 것은 또 하나의 국기문란”이라며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홍경식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고위 공직자는 사생활이 깨끗해야 한다. 감찰은 법무부가 할 일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채 총장에게 진실을 밝힐 기회를 줄 것이며, 진상 조사가 끝날 때까지 사표는 수리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민주당이 회담 직후 연 긴급 의총에선 ‘장외 투쟁’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아쉽게도 민주주의의 밤은 더 길어질 것 같다”고 말했고, 전병헌 원내대표는 17일 “민주당의 협력없이 국정운영이 얼마나 어려운지 똑똑히 보여줄 수 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청와대는 17일 민주당의 격앙된 반응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도가 70%에 육박할 만큼 높아진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16일 저녁 ‘천막’으로 복귀한 김 대표는 ‘혼자 있고 싶다’며 천막 내실로 들어갔지만 늦은 밤까지 잠에 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정호ㆍ홍석희기자 choijh@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