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
건강한 웃음 · 폭풍감동…하멜, 박연을 말하다
라이프| 2013-11-12 11:17
10대 관객 비중이 높은 청춘 뮤지컬에도 음주와 흡연, 성적 묘사 장면이 예사로 등장하는 게 요즘 공연가인데, 자극적이거나 억지스럽지 않고도 충분히 웃음과 감동을 주는 뮤지컬 한 편이 무대에 올랐다.

17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하는 창작뮤지컬 ‘푸른 눈 박연’은 유쾌하고 건강한 웃음 제조기다. 조선시대 제주도에 표류한 네덜란드인이 조선인 바보 덕구, 말괄량이 연이와의 우정과 사랑을 깨달으며 조선인으로 귀화해가는 과정이 대강의 줄거리다. 자칫 유치할 뻔한 내용이 선 굵고 웅장한 음악, 화려한 영상 무대와 만나 이색적인 창작 뮤지컬로 거듭났다. 

‘푸른 눈 박연’에서 서울예술단의 무용은 튀지않고 장면 장면에서 상황과 함께 잘 녹아있다. 무용뿐 아니라 서울예술단 단원의 안정적인 연기와 가창력, 음악, 영상무대가 잘 어우러져 꽤 완성도 높은 작품을 빚어냈다.

‘푸른 눈 박연’은 ‘박연은 왜 조선에서 탈출하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하멜이 과거를 회상하며 박연 이야기를 전달하는 액자식 구성이다. 외지인과 토착민의 대화에서 두 나라의 언어와 문화가 충돌하며 코믹한 상황이 펼쳐진다. 언어, 민족, 국가의 장벽을 허물고 인류애로써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은 혈족 가계 중심에서 점차 다문화 가정 사회로 바뀌고 있는 현재 한국사회의 일면과 닮아 있다. 여기에 시골마을 토착민을 대표하는 바보 덕구, 덕구의 형으로서 스스로 조선인임을 거부하고 청나라를 동경하는 덕만 등 성격이 뚜렷한 등장인물을 넣어 고향과 민족, 국가란 무엇인가 되묻는 메시지를 담았다. ‘마음을 두는 곳이 고향’이란 메시지다. 서울예술단 단원의 집단 군무가 쓰임새 있게 각 장면과 잘 어우러진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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