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아련한 포크송 아날로그로 살려내
엔터테인먼트| 2013-11-20 11:14
인디신의 많은 싱어송라이터들을 통해 오래된 장르인 포크는 세련미 넘치는 도회적인 음악으로 거듭났다. 포크 싱어송라이터의 범람은 장르의 음악적 수준 상향평준화를 이뤄냈지만, 닦아 놓은 길만 따라가도 중간쯤에 드는 안전한 장르가 포크라는 안이한 인식을 일부 뮤지션들에게 심어주는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미국 뉴욕 인디신에서 활동 중인 싱어송라이터 희영<사진>은 포크의 원형인 날것의 음악적 질감과 정서를 최대한 보존함으로써 새로운 길을 탐색하고 있었다.

정규 2집 ‘슬립리스 나이트(Sleepless Night)’을 국내에 발매한 희영은 “외부 프로듀서가 제작을 주도해 팝적인 느낌을 가미했던 첫 정규 앨범 ‘포 러브(4 Luv)’와는 달리, 이번 앨범은 직접 프로듀싱을 맡아 철저히 내 의도를 살린 음악을 담았다”며 “최근 뉴욕에서 첼리스트와 단 둘이 공연을 벌이곤 했는데, 이번 앨범은 공연에서 보이는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집중했다”고 말했다.

앨범엔 가까웠던 사람이 낯설게 변하는 슬픈 순간을 노래한 타이틀곡 ‘스트레인저(Stranger)’를 비롯해 이탈리아 감독 파올로 비르지의 영화 ‘사랑은 당신’의 영상을 배경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화제를 모은 ‘아이 원트 유 온리(I Want You Only)’, 월리처(20세기 초중반에 등장한 전자 오르간)의 몽환적인 사운드가 인상적인 ‘쇼 미 왓 유브 갓(Show Me What You’ve Got)’ 등 11곡이 수록돼 있다.


전작의 타이틀곡 ‘포 러브’ 같은 팝적인 스타일의 곡이 배제된 자리엔 60~70년대 미국의 포크와 컨트리 음악을 연상케 하는 아련한 느낌을 주는 곡들이 채워졌다.

이번 앨범과 전작의 가장 구별되는 특징은 스튜디오 녹음 특유의 정제된 질감을 철저히 배제한 사운드다. 희영은 뉴욕의 도심을 벗어나 작은 마을의 텅 빈 헛간과 낡은 교회를 오가며 녹음을 진행했다. 방음이 제대로 되지 않아 주변을 오가는 자동차 소리 등 각종 소음도 고스란히 앨범에 담겼다. 희영은 이 같은 소리들을 디지털 장비 대신 아날로그 릴테이프에 원테이크(끊임없이 단 한 번에 녹음하는 방식)로 담아 자연스러움을 극대화했다. 이 같은 작업을 통해 스튜디오와 라이브의 경계를 허무는 국내에선 유례를 찾기 힘든 앨범이 탄생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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