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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 1년 동안 유상증자 3차례…주주 반발
뉴스종합| 2013-11-27 22:00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현대엘리베이터가 또다시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7일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2175억원대 규모이 유상증자를 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해 12월부터 1년 동안 3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단행하게 된다.

운영자금 마련이 공식적인 이유지만 실상은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상선을 지원용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주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2대 주주인 스위스 엘리베이터업체 쉰들러홀딩AG(쉰들러)는 이날 “주주와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쉰들러는 지난 6월 유상증자 때도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217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실시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신주발행 예정가는 주당 3만6250원으로 이날 현대엘리베이터 종가(5만4700원) 대비 33.8% 낮은 수준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해 12월 원재료구입비 등 조달을 위해 827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올 6월에도 해외법인 투자자금 및 원재료 구매자금 조달을 위해 97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세차례에 걸쳐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배경을 두고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을 지원하기 위해 가입한 파생상품의 손실액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실시된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돈 가운데 305억원은 실제로 최근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투입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NH농협증권 등 몇몇 금융업체와 현대상선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계약을 맺었다. 연 6∼7%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대신 현대상선 주가가 하락해 자본손실이 발생할경우 계약 만기일에 현대엘리베이터가 이를 전액 보전해주는 조건이다.

해운업 불황으로 현대상선의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진 상황이다.평가손실액이 2000억여원에 달한다. 파생상품 만기가 도래하는 내년 초가지 현대상선의 주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손실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

보유지분 30.89%로 2대 주주인 쉰들러가 유상증자에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쉰들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가 가입한 파생상품은 현대상선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공적 계약으로 이에 따른 막대한 피해는 회사 주주·임직원·협력업체 등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현대엘리베이터는 현재 현대그룹의 지배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사용되고 있을 뿐 주주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기업활동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쉰들러는 지난 6월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가 실시됐을 때도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를 무릅쓰고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현대상선의 회복이 더뎌지면서 유상증자의 부담은 현대엘리베이터를 비롯해 현대로지스틱스(지분율 21.25%)등 다른 계열사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2008년 이후 2000억원이 넘는 돈을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에 투입했다.

시장의 시선도 싸늘하다. 실제로 최근 산업은행 사모펀드(PEF)는 현대로지스틱스에 대한 1000억원 규모 투자를 보류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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