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예가 임천 이화자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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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김&장법률사무소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임수 전 대법관의 부인인 임천 이화자는 중학생 때 서예를 시작했다. 5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붓으로 한글을 쓰는 데에 보낸 셈이다. 이미경ㆍ조종숙ㆍ김진화ㆍ김단희ㆍ박원규 선생으로부터 사사했다. 임천의 작품은 대부분 궁체인데, 정자와 흘림체의 변주가 단정하고 우아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글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한다. 2010년엔 ‘대한민국 한글서예상’을 수상, 궁체의 전통을 잇는 대표적인 작가로 꼽힌다. 작가는 개막식에서 “어릴 적, 나비를 잡으러 나가면 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듯이, 제가 느끼는 궁체가 그러하다”며 궁체의 고요하고 소박한 매력을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130여점의 작품은 김영랑ㆍ박목월 시인의 시, 성서 구절, 관동별곡ㆍ사미인곡 등 옛 시조, 편지글, 찬송가 등 고전과 현대를 넘나든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봤고 심지어 학창 시절엔 암송했을 법한 익숙하지만 잊고 살았던 글귀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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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체의 전통을 잇는 대표적인 여성 작가로 꼽히는 임천 이화자의 개인전이 오는 18일까지 서울 관훈동 백악미술관에서 열린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
또한 글의 성격에 따라 궁체 정자, 궁체 흘림, 고딕 등 서체가 달라진다. 수십번 수백번 글을 곱씹어보고 그에 가장 걸맞은 옷을 입혀낸 것이다. 특히 병풍 몇 폭에 달하는 ‘관동별곡’은 흐트러진 글자 하나 없이 반듯해, 장인의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한자 한자 묵향을 친구 삼아 명상하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글씨를 따라 보는 이의 마음도 함께 정갈해진다. 눈 내리는 겨울 한 번쯤 찾아보면 좋을 전시다. 관람은 무료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