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도시의 표정을 바꾸는 공공미술과 건축물
라이프| 2014-02-27 16:20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기념사진 촬영의 명소가 된 로버트 인디애나의 ‘러브’,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우리나라 서울 흥국생명 앞에 설치된 조너선 보로프스키의 ‘해머링 맨’은 심미성ㆍ장소 적합성ㆍ시민사회와의 소통이 조화를 이룬 성공적인 공공조형물로 꼽힌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공공미술이 늘 훌륭했던 것만은 아니다. 문화예술진흥법은 연면적 1만㎡ 이상의 건축물을 신축ㆍ증축할 때 건축 비용의 1% 이상을 미술장식에 이용하도록 하는 정하고 있다. 이러한 반강제의 예술은 법을 지키기 위해 장소와 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제품’을 낳는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도시의 표정(열화당)’은 서울의 대표적인 공공 조형물과 건축물 10개를 선정해 소개하면서 우리 공공미술의 앞길을 모색해 보는 에세이집이다. 지난 1999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공조형물을 다룬 ‘길섶의 미술’을 출간한 바 있는 저자 손수호 인덕대 교수는 “최근 그 조형물들을 다시 확인하러 갔을 때 관리 소홀과 인식 부족으로 사라지거나 훼손된 현장을 보고 낙담했다”며 “개인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닥치는 도시에서 예술적 향기가 풍기는 작품은 일단 숨을 돌리게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일부 영역에서 일어나는 공공미술의 의미 있는 진전과 순기능에 다시금 집중한다. 저자는 공공미술의 작품성과 그에 얽힌 이야기 및 문화적 의미 등을 다루며 때로는 박수를 보내고 아쉬운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저자는 종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열린 수요집회의 1000번째를 기념하여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서는 역사성ㆍ사회의식ㆍ세련된 미의식이 조화를 이루는 가장 성공한 인물 조형상이라고 하면서도, 이를 제대로 뒷받침해 주지 못하는 현행법을 질타한다. 또한 저자는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 동상’에 대해서는 광장 조성 과정에서의 문제점뿐만 아니라, 동상 제작을 마치 속도전을 벌이듯 해치운 점을 언급하면서 과정상의 아쉬움을 지적한다. ‘문화역 서울 284’와 ‘서울스퀘어’를 향해 저자는 새롭고 의미 있는 발상이라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은 서울 곳곳에 놓인 공공미술과 건축물들의 의미를 일깨우고, 나아가 이러한 문화적 행위로 인해 도시의 표정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해준다 .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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