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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6일 만의 A매치골’ 박주영의 살아난 킬러 본능
엔터테인먼트| 2014-03-06 06:43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다시 박주영(29·왓퍼드)이다.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벤치를 전전했던 박주영이 홍명보 감독의 믿음에 완벽하게 화답했다. “마지막 기회인 것을 안다”던 그는 정말로 마지막 기회를 보란 듯이 낚아챘다. 가장 박주영스러운 플레이, 살아난 킬러 본능으로 홍명보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박주영은 6일(한국시간) 그리스 아테네의 카라이스카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리스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전반 18분 결승골을 터뜨렸다. 한국은 박주영과 손흥민의 연속골에 힘입어 2-0 완승을 거뒀다.


그야말로 ‘원샷 원킬’이었다. 지난해 2월 6일 크로아티아전 이후 13개월 만에 치른 대표팀 복귀전에서 첫 슈팅을 그대로 골로 연결했다. 2011년 11월 11일 아랍에미리트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서 추가골을 터뜨린 이후 무려 846일 만에 맛본 A매치 골이다.

박주영은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는 순간부터 비난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 빈약한 공격력이 줄곧 문제로 지적되면서 이를 풀어줄 후보로 늘 박주영의 이름이 거론됐다. 하지만 소속팀 아스널(잉글랜드)에서 ‘유령 선수’에 가까운 생활을 하면서 홍 감독은 선뜻 그를 뽑지 못했다.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는 발탁하지 않는다”는 선발 원칙을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홍 감독은 박주영을 직접 만나 팀을 옮기더라도 출전 기회를 얻도록 조언했고, 박주영은 지난달 잉글랜드 2부리그 왓퍼드로 이적했다. 왓퍼드로 옮긴 후에도 출전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해 우려를 자아냈으나 홍 감독은 이번 경기가 사실상 박주영의 기량을 지켜볼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전격 발탁했다. 보여준 것이 없는 선수를 뽑았으니 사실상 ‘특혜’였던 셈이다.

하지만 박주영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했다. 경기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수많은 우려와 의혹의 시선을 단번에 날렸다.

선발 원톱으로 출전한 박주영은 전반 18분 손흥민이 환상적인 로빙패스를 놓치지 않았다. 빠르게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파고들어 망설이지 않고 왼발슛을 날려 골대에 꽂았다. 전성기 때의 모습이었다. 골 냄새를 맡는 순간 한 박자 빨리 골문을 향해 돌진했고 지체없이 슛을 날렸다.

이보다 앞서 전반 7분 페널티아크에서 이청용에게 절묘한 패스를 내주는 모습에서 이미 박주영이 돌아왔음을 알렸다. 자신의 건재를 알리는 데는 45분이면 충분했다. 볼을 다루는 감각과 패스, 골을 넣기 위한 움직임과 위치 선정, 마지막 득점까지 마무리하는 모습으로 자신의 진가를 알렸다. ‘원톱 고민’에 밤잠을 설치던 홍명보 감독은 온갖 비난을 무릅쓰고 손잡은 제자의 완벽한 화답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홍명보 감독과 박주영의 브라질 동행은 이제 기정사실이 됐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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