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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X파일]자투리 원단으로 일궈낸 기적…창조라는 게 이런 것…
뉴스종합| 2014-03-09 10:28
[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재미 있는 일이 있다고 한 지인이 알려왔습니다.

기적 수준의 일. 과연 그 일은 무엇일까요?

얘기를 들어보니 이렇습니다.

한 해 대구, 경북지역의 섬유업체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원단은 약 8만3000톤 가량 된다고 합니다. 이 자투리 원단은 사실 쓸모가 없죠. 일반적으로는 소각 등으로 처리하거나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립니다.

처리비용에만 수십억원이 들죠.

그런데 이 자투리 원단에 생명력을 불어 넣은 이가 있었답니다.


바로 정용빈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센터장입니다.

지난 2010년 우연한 기회에 정 센터장은 센터에 입주해 있는 한 섬유업체에서 보기에 멀쩡한 원단을 폐기처분하는 것을 봤다고 합니다.

이에 정 센터장은 속으로 “저 원단을 활용하면 자원도 절약하고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결국 정 센터장의 아이디어를 통해 폐원단을 활용키로 했답니다.

바로 폐원단에 디자인을 불어 넣어 상품을 개발하자는 거였습니다.

정 센터장은 대구ㆍ경북지역 섬유업체를 찾아 다니며 폐원단을 기부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봤다고 합니다.


섬유업체 입장에서는 고마울 뿐이었죠. 업체 입장에서야 재고관리비를 줄이고, 처리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을테니까요.

정 센터장은 이렇게 기부 받은 자투리 섬유에 디자인을 얹어 상품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센터 내 시설과 인력만으로는 역부족이었겠죠.

결국 정원장은 대구시를 찾아갔고, 대구시에서 고용노동부와 지자체들이 참여하는 지역맞춤형일자리 창출지원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당연 이 사업에 응모했고, 지난 2011년 최우수 지역맞춤형일자리 창출지원사업으로 선정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듬해 7억5000만 원의 종자돈을 지원받아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죠.

이후 지난해까지 약 18만 야드의 원단을 기부받아 파우치, 레인코트, 가방 등 80여 종, 300여개의 제품을 개발해 냈다고 합니다.

일자리 창출에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합니다. 사업을 키우기 위해 사회적기업 2개사 등 3개 회사가 새로이 설립됐다는 겁니다. 또 300명 이상에게 일자리가 됐다고 합니다.

‘꿩 먹고 알 먹기’인 셈이죠.

300여개의 일자리는 디자인과 상품기획, 마케팅 분야 청년일자리 60여 개와 봉제분야 시니어일자리 240여 개 등이라고 합니다.

특히 60~70대 은퇴한 실버 봉제사들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지역 내 어르신들에게 인기도 좋다고 합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합니다.

지금까지 개발한 상품들은 대구경북디자인센터 내 ‘더 나누기샵’와 롯데닷컴 등 온라인 몰을 비롯해 리움미술관, KT올레스퀘어, 제주해비치호텔앤리조트, 엠버서더호텔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판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간혹 이런 매장들을 지나가다 독특하고 창의적인 디자인의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제품을 봤을 수도 있을 겁니다.

국내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제품들은 지난해 뉴욕현대미술관 디자인 스토어와 동경현대미술관 디자인 스토어에까지 진출했다고 합니다.

3월 개장을 앞두고 있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파크(DDP)에도 입점한다고 합니다.

누구에게는 쓰레기로, 오염물 덩어리로 보였던 원단 자투리.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그 자투리를 모아 자르고, 붙이고, 연결해 완전 새로운 제품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대구경북디자인센터가 대단한 겁니다.

앞으로 대구경북디자인센터가 더 창의적인 작업을 통해 꽉 막힌 대한민국에 큰 힘이 됐으면 합니다.

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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