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강화된 정보보호…대출심사도 못할 판
뉴스종합| 2014-03-11 11:10
고객정보요구 최대 10개로 축소
금융사 “신용도 측정조차 불가능”
부실한 대출 더 큰 禍 부를수도


정부의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에 따라 금융사가 고객에게 최대 10개까지만 필수정보를 요구할 수 있게 되면서 금융부실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담보 저신용자들은 제도권 금융사 이용이 어려워 결국 고금리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제기된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사들이 계약체결 시 요구할 수 있는 개인정보는 기존 30~50개에서 6~10개로 대폭 줄어든다.

공통필수정보는 이름, 식별정보(주민번호 등), 주소, 연락처, 직업군, 국적 6개다. 여기에 업권ㆍ상품별로 최대 4개까지 추가해 총 10개까지 요구할 수 있다. 재형저축ㆍ펀드 가입 시 연소득, 질병보험 가입 시 병력사항 등이 이에 포함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사 자체적으로 필수항목을 추가하거나 뺄 수 있다”면서 “하지만 10개 정도면 어느 업권의 상품이더라도 필요한 개인정보는 충분할 것으로 판단해 이렇게 결정했다” 말했다.

그러나 금융사들은 고개를 젓고 있다. 대출업무는 특히 그렇다. 돈을 빌려줄 때 필수적으로 신용도를 따져야 하는데, 필수항목 10개로는 어렵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현재 금융권이 여신심사를 위해 요구하는 정보는 ▷이름 ▷식별번호(주민번호) ▷주소 ▷연락처 ▷직업군 ▷부채상환내역 ▷과거금융거래내역 ▷과거직장 ▷현재직장 ▷직장주소 ▷급여액 ▷급여일 ▷직책 ▷거주형태ㆍ소유여부(전ㆍ월세 시 명의자까지 기재) ▷기타수입 등 수십가지에 달한다.

A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공통필수정보 6개는 개인신용도 평가와 무관한 일반사항이다. 결국 신용도와 관련한 개인정보를 4개밖에 요구하지 못한다는 것인데, 이건 대출업무를 하지 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실한 대출심사가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B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가계부채를 줄이고 건전성 높이려면 더 많은 개인정보를 통해 여신심사를 강화해야 하는데 반대로 가고 있다”면서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다 금융부실을 키우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부실률 관리를 위해 담보가 있거나 신용도가 높은 고객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서민들은 고금리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C금융사 고위 관계자는 “신용사회를 구축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신용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아니냐”면서 “신용사회의 기본이 신용도 높은 사람은 혜택을 더 받고 낮은 사람은 덜 받는건데 이 정책대로라면 고신용자가 손해를 볼 판”이라고 지적했다.

대출시장은 혼란스럽다. 시중은행 등 금융사들은 여신심사를 위한 기존 신용평가모형 조정에 들어갔다. 수십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신용등급, 적용금리, 대출한도 등이 산출되는 만큼 조정 작업에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D은행 여신담당 관계자는 “조정할 요소가 무엇인지, 그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신용평가모형 조정작업이 최대 수개월까지 걸릴 것”이라며 “한동안 대출업무에 부하가 걸릴 것 같다. 조정 비용도 상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