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기 부품 성능 조작 이 정도일 줄이야
뉴스종합| 2014-03-18 11:16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이 밝힌 군수(軍需) 납품비리가 충격적이다. 군인들이 입고 먹는 기본적인 생활필수품에서부터 전차 헬기 전투기 등 국산 첨단무기에 사용되는 부품까지 광범위한 시험성적서 조작이 이뤄진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최근 7년간 비리에 연루된 납품업체만 241곳에 성적서 조작이 무려 2749건에 이른다고 한다. 군수품을 둘러싼 비리가 물론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

기품원의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KF-16은 브레이크디스크 등 부품 2건의 시험성적서가 변조됐다. 1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자체 개발했다고 자랑을 늘어놓던 기동헬기 수리온(KUP-1)도 윈도기어 등 8개의 불량 부품이 들어갔다. 육군이 보유한 기동 및 화력 장치도 마찬가지다. 차기 주력 전차인 K-2를 비롯해 K-21 장갑차, K-9 자주포 등에도 적게는 수건에서 많게는 수백건의 엉터리 부품이 장착됐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몇 해 전 기동훈련 중인 장갑차 배수펌프가 말을 듣지 않는 바람에 타고 있던 장병이 익사한 사고도 결국 이런 불량 부품 때문이 아닌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 때에는 대응사격을 해야 할 우리 해병대 K-9 자주포가 절반이 고장 나 무용지물이었다. 이 또한 시험성적서가 조작된 부품이 들어가 있었다. 이런 무기로 어떻게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지 불안하고 두렵다.

그러나 국방 당국의 사태 인식은 여전히 안이하다. 지난해 11월 일부 불량 부품 납품 사실이 드러났을 때 “핵심 부품이 아니어서 무기 성능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던 안이함 그대로다. 이번에도 “가동 중단 등의 사례는 아직 없다”며 “문제 부품은 전량 정상품으로 교체하겠다”는 정도의 인식이다. 나사 하나만 잘못 끼워도 전투기가 추락하고, 전차가 멈춘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군 당국이 아닌가.

군수 비리는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전을 지키는 군을 무력화시킨다는 점에서 중대 범죄다. 관련자와 업체는 시장에서의 퇴출은 물론 법에 따라 엄중 처벌해야 한다. 특히 수사당국은 대기업 방산업체와 공무원 사이의 검은 거래는 없었는지 철저히 밝혀내 일벌백계해야 한다. 북한이 연일 단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중국과 일본의 군비 경쟁이 가열되는 등 한반도 주변 정세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긴박하다.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한 안보의식을 다져야 할 시기다. 군납비리부터 확실히 뿌리 뽑는 게 그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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