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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눈뜨고 꽃다운 아이들도 못 지켜주는 나라
뉴스종합| 2014-04-18 11:20
잊을 만 하면 반복되는 대형사고. 그 뒤엔 ‘인재(人災)’와 ‘안전불감증’이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다.

300여명 가까운 실종자를 내며 최악의 참사로 기록되고 있는 이번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난 2월 경주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가 난 지 불과 두 달 만의 엄청난 참사에 대한민국의 안전망은 다시 한번 ‘뻥’뚫리고 말았다.

많은 인명이 인재로 목숨을 잃는 참사가 거의 반년 주기로 반복되면서 이제 대한민국에 ‘사고공화국’이라는 오명은 낯설지가 않다. 매번 사고가 터지고 나면 어김없이 재발방지책이 ‘공약’처럼 나오고, 시간이 지나면 액션플랜은 사라지고 만다. 

지난 2월17일 113명의 사상자를 낸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역시 인재로 판명이 나고 있다. 배가 항로를 급격하게 변경하다가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침몰한 것이 사고 원인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안개가 많이 끼었는 데도 무리하게 출항을 강행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허술한 안전 매뉴얼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런 모든 정황들을 종합해 보면 사실상 예방할 수 있는 사고였던 셈이다.

경주 사고 직후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새 학기를 앞두고 많은 행사가 예상되는 데 학생 집단 연수에 대한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청소년 연수 행사 때는 안전요원을 배치하라고도 했다. 그러나 제대로 지켜진 것이 없었다. 매번 눈앞에 터진 사고 앞에서만 분노만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금세 잊어버리곤 했다. 재난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닥칠지 모른다는 ‘기본’까지도 한꺼번에 망각한 결과, 이번에도 꽃다운 아이들을 떠나 보내는 참담한 결과를 맞게 됐다.

한 공익광고는 안전불감증을 에이즈보다도 더 무서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병이라고 했다. 일반적인 질병은 한 사람에게 고통을 주지만, 안전불감증은 수십, 수백명의 목숨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엉성하고 부실한 사고 대응 매뉴얼과 주먹구구식 사고 수습 체계는 늘 참담한 결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정부와 언론, 유관기관에서는 매일 앞다퉈 재발방지책을 부르짖고 지적하지만 국민들은 매번 겪고 있는 후진국형 재난 대응 시스템에 피로감을 호소한다.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이 나라에서는 수천마디의 재발방지책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과연 무엇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라는 어느 교사의 외침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최상현 기자/sr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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