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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 몸을 깨우는 보약
뉴스종합| 2014-04-18 17:11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길을 걷다보니 노상에 봄나물이 한가득이다. 냉이, 돌나물, 봄동, 달래 사이로 가지런히 머리를 늘어뜨린 두릅이 빨간 대야에 소복히 쌓여있다. 쌉쌀한 첫 맛에 코 주위를 맴도는 독특한 향을 떠올리니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삶은 타이밍이라면 분명 먹고 즐기는 식도락에도 타이밍이 있다. 봄 기운이 만연한 요즘은 맛이 좋고 영양가가 높은 두릅을 즐기기에 최고의 타이밍이다.

▶ 나른한 봄 날은 제철 두릅이 만병통치약?=두릅은 두릅나무의 새 순을 말한다. 4~5월에 돋아나는 새순을 땅을 파서 잘라낸 땅두릅과 나무에 달리는 나무두릅이 있다. 조선후기 ‘물명고(物名攷)’에는 두릅을 ‘4월 하순에서 5월 상순경에 나무 꼭대기의 어린 순을 꺾어서 나물로 먹기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봄을 만난 두릅은 그 맛과 효능이 연중 제일이라 했다. 여름, 가을에도 채취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봄 두릅은 ‘금’이라 불린다. 갓 피어난 어린 순을 꺾어 뜨거운 물에 데치고 초장에 폭 찍어 밑둥을 아삭 깨물면 없던 입맛이 감쪽같이 살아난다.

봄 두릅은 춘곤증과 여러 스트레스로 지쳐있는 몸에 활기를 주는 봄나물로, 동의보감은 두릅이 부종이나 불면증을 다스리는데도 효험이 있다고 전하고 있다. 매일 아침 잠자는 몸을 억지로 깨우느라 고역을 치르고, 반쯤 잠든 채 하루를 시작하는 바쁜 직장인에게 권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한 혈액순환을 돕고 피로를 풀어 준다해 스트레스가 심한 수험생들에게도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김성웅 구로제통한의원장은 “두릅은 이른봄 나른하고 피곤하며 입맛이 없을 때 입맛을 돋워 준다. 겨우내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을 보충해 활기차고 건강한 몸으로 만들어 준다”며 “두릅은 열량이 적어 당뇨병환자의 혈당치를 떨어뜨리고 배고픔을 막아주고, 신장이 약하거나 만성 신장병이 있어 몸이 붓고 소변을 자주 보는 환자는 신장기능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얇아지는 겉옷에 다이어트 생각이 간절한 여성들에게도 권할만 하다. 일반적인 봄나물에 비해 봄 두릅에는 단백질이 많기 때문이다. 비타민AㆍC, 칼슘과 섬유질 함량이 높아 피부미용과 변비에도 좋다. 철분이 함유돼 있어 빈혈,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에게도 효과적이다. 


▶ 인삼과 친척 … 사포닌 성분 함유로 항암효과도 있어=두릅은 인삼과 오갈피와 친척관계다. 오갈피나무과에 드는 식물은 모두 뛰어난 약성이 있는데 두릅나무 역시 인삼이나 오갈피 못지않은 약효를 지니고 있다. 두릅에는 인삼의 주요 성분인 사포닌이 함유돼 있는데, 두릅의 사포닌과 비타민C는 암을 유발하는 성분인 나이트로사민을 효과적으로 억제해주는 암 예방효과가 있다.

또한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을 씻어내 혈관을 깨끗하게 만들고 피를 맑게 한다. 혈당과 혈중의 지질을 내려주는 효능이 있어 혈당치가 높은 당뇨환자의 증상을 완화해주는데 도움이 된다.

두릅은 고유의 독성 때문에 생으로 먹기보다 이처럼 살짝 데쳐 숙회로 먹는 것이 좋다. 생으로 먹기도 하지만 자칫 위가 상할 수 있다.

폴폴 끓는 된장과 함께 먹어도 좋아 매일 밥상차림에 고민하는 주부들이 간편하게 밥 상위 봄 분위기를 내는 데 이만한 것이 없다. 한철 반짝 있다 사라지는 두릅이 아쉽다면 장아찌를 담구는 것도 오랜 시간 봄 맛을 즐기는 방법이다. 무침으로 먹어도 좋은데, 19세기 말엽 조선 말기의 요리책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는 ‘삶아 껍질을 벗겨 저며 초에 무치나니라’라며 두릅나물의 취식법을 소개하고 있다. 

▶ 소고기, 초고추장과 환상의 짝꿍=소고기는 좋지만 콜레스테롤은 무섭다. 비타민 함량이 고르지 않아 소고기를 먹을 때는 비타민, 무기질 등 기타 영양소 섭취에 신경써야한다. 맛있는 소고기를 더욱 건강하게 먹으려면 두릅과 함께 먹기를 추천한다.

두릅과 소고기는 궁합이 좋은 조합 중 하나다. 맛이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체력증진과 피로회복에 좋은 소고기와 두릅의 시너지 효과를 낸다. 두릅에 있는 비타민이 소고기의 부족한 영양을 채워주는 것은 물론이다. 소고기와 두릅을 활용한 요리로는 두릅 산적이 있다. 양념한 두릅과 소고기를 꼬챙이에 꿰어 기름을 두르고 지진 후 초간장을 곁들여 먹는다.

데친 두릅에 빠질 수 없는 초고추장도 두릅과 찰떡 궁합이다. 초고추장과 함께 먹으면 두릅에 함유된 비타민 파괴량이 적기 때문이다. 초고추장의 새콤한 맛은 약간 떪은 두릅의 끝 맛도 잡아준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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