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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 안되는 새누리…고개 든 ‘정치인 무능론’
뉴스종합| 2014-04-23 09:16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자ㆍ실종자들의 가족은 물론 전 국민이 ‘집단우울증’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여야 의원들의 부적절한 언행과 경거망동한 행동이 꼬리를 물면서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 ‘정치인 무능론’, ‘정부 무능론’을 넘어 ‘정치 혐오’로 이어지는 비판심리가 한국 사회를 빠르게 강타하고 있는 형국이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지난 20일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서 ‘경선 일정 선거운동 금지사항’이 담긴 협조 공문을 각 시ㆍ도당 위원장에 보내고 아울러 소속 의원을 상대로 언행에 신중을 가할 것을 거듭 주문했다.

하지만 헹가래를 치며 선거운동에 나서고 폭탄주를 돌리며 건배사를 하는 일부 선거 후보자들의 몰지각한 행위가 연일 불거지고 있다. 특히 물의를 일으킨 언행의 상당수가 집권여당이 발원지여서 새누리당 지도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2일 충남 논산시장 선거에 나선 새누리당 송영철 예비후보는 300여명의 주민이 참석한 한 대한노인회의 행사장에 나타나 자신의 명함을 돌리고 악수를 하면서 선거운동을 펼쳤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다음날인 17일에도 송 예비후보는 ‘풍년농사 기원 탑정호 통수식’ 행사장을 돌면서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특히 중앙당에서 빨간 점퍼 착용을 금지하자, 빨간색으로 자신의 기호를 박은 흰색 점퍼를 입는 꼼수를 부렸다.

지난 16일 290명 이상이 세월호 안에 갇혀있다는 비보가 전해진 시간에 새누리당 파주시장 박재홍ㆍ조병국ㆍ이용근ㆍ이재홍 예비후보는 합동연설회를 벌여 때아닌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출마자들은 손을 흔들며 목이 터져라 지지를 호소했고 이날 연설회에 참석한 당원들은 응원용 풍선방망이를 두드리면서 후보 이름을 연호했다.

국민적 애도 분위기를 이용해 눈도장을 받으려는 ‘무개념’ 예비후보도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 새누리당 대구시장 이재만 예비후보는 ‘구조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오늘부터 여론조사가 실시됩니다. 이재만을 적극 지지해 주시기 바라며…’란 문자를 보냈고, 사고 다음날이었던 17일 경남 김해시장 새누리당 임용택 예비후보는 ‘무사귀환을 기도합니다. 새누리당 김해시장 예비후보 임용택 ★경선기호 1번★’이란 문자를 발송했다.

같은 날 충북도교육감 홍순규 예비후보는 한 학생이 침몰 직전 부모에게 보낸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내, 사랑해’라는 문자를 제목에 인용하면서 ‘오늘 하루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슬픔을 함께하며 하루를 보내려 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전송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사고 초기 부적절한 행동으로 논란을 샀다. 새정치연합 이윤석 수석대변인은 실종자 가족도 타지 못한 해경 경비정을 타고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 현장을 찾아 ‘의원특권’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새정치연합 광주시당위원장인 임내현 의원은 지난 20일 광주 상무시민공원에서 지역 모 신문사가 주최한 마라톤 대회에 ‘국회의원 임내현’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출전해 비난을 샀다.

침몰된 세월호 실종자 가족 대표로 박근혜 대통령과의 가족간 면담 당시 사회를 봤던 송정근 씨도 새정치연합 경기도 의원 예비후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일부 정치인들이 역지사지(易地思之) 조차 못하고 있으니까 자꾸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라면서 “‘정치인들이 할 수 있는 게 없으면 입이라도 다물라’는 국민들의 비아냥이 왜 나오고 있는 건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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