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四面楚歌 국내은행들…‘사회적은행’ 대안론 부상
뉴스종합| 2014-04-25 09:29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국내은행들은 안으로는 부당대출, 비자금조성 등 윤리적 문제에 직면해 있고 밖으로는 저금리ㆍ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수익성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의 ‘2.0 모델’ 개발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사회적 은행(Social Bank)’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회적 은행이란, 사회적 공익을 대출ㆍ투자의 핵심 가치로 삼고 경영의 투명성을 생명으로 여기는 은행을 가리킨다. 1970년대 초 유럽을 중심으로 무기거래, 화석연료시추, 동물실험, 노동자 착취 연루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 은행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이들이 사회적 은행의 시초다.


2009년 설립된 GABV(Global Alliance for Banking on Value)는 사회적은행들의 대표 연합체로 18개 국가의 25개 은행이 소속돼 있다. 사회적 은행은 저소득층에 대한 마이크로 파이낸싱을 제공하지만, 주 수신기반이 고객 예금이고 서비스 면에서도 일반 은행과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국내 도입된 사회연대은행과 구별된다.

자산 규모는 초대형 은행들에는 못 미치지만 인기는 이에 못지않다. 독일의 사회적 은행인 게엘에스뱅크(GLS Bank)는 2010년부터 4년 연속 독일 전체 은행 중 ‘올해의 은행상’을 차지했다. 수익성은 외풍에도 강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메가뱅크들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이 0.41%포인트 하락한 반면 사회적 은행들은 0.03%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자산 성장세도 꾸준하다. 국내외 경기 변화에 민감한 국내 은행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GABV 소속 은행들이 대부분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유럽과 북미에 상당수 분포돼 있음에도 자산이 매년 10% 내외로 꾸준히 성장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적 은행들의 성공 요인으론 자문서비스 제공과 네트워크 전략 등을 통한 높은 고객 충성도, 적극적인 공시 등을 통한 경영의 투명성, 실물경제 위주의 투자 등이 꼽힌다. 영국의 트리오도스뱅크(Triodos Bank)는 고객에게 부동산ㆍ농산물 사업에 대한 자문을 해주면서 고객과의 유대관계를 견실히 다지고 있다.

이학승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신뢰 회복이 중요한 과제가 된 상황에서 국내은행들은 사회적 은행의 모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며 “봉사나 자선활동보다는 예금ㆍ대출 업무에서 사회적 역할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은행의 지속가능한 경영에도 더 적합하다”고 밝혔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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