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위크엔드] 재정자립 못한 반쪽 자치가 문제
뉴스종합| 2014-05-30 11:04
예산 80%이상 중앙에서 통제…낮은 재정자립도, 정치 예속으로 이어져
美선 예산 부족하면 그대로 파산…한국은 중앙서 재원 내려주며 막아줘
잦은 비리문제엔 내부고발제 적용…안팎으로 감시체제 강화해야


통상 각 가정에서 자녀의 ‘독립’이란 부모로부터의 ‘경제적 자립’을 말한다. 학교 통학 등을 이유로 부모와 떨어져 살지만, 부모의 지원 없이 생계가 어려울 경우엔 자녀가 ‘독립했다’고 표현하기 어렵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표방한 지방자치제도 중앙정부에 재정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완벽히 정착됐다고 보기 어렵다. 지방자치 법률안이 통과된 지 올해로 벌써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국 지방자치제는 반쪽짜리에 머문다. 경제적 자립이 안된 탓이다. 지자체 관련 문제의 상당수도 바로 재정 자립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생겨난 곁가지 문제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태영 경희대 교수는 “재정 자립도 문제는 중앙과 지방의 재정 관계 특성상 어쩔 수 없는 특성이 있다. 이를 해결키 위해선 지자체의 수입 비중을 현재 ‘8(중앙)대 2(지방)’에서 점차 지방 중심으로 비중을 높여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과정에서 지방 재정의 불균형이 심화된다는 점도 고려해야할 변수”라고 덧붙였다.

김욱 배재대 교수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지자체의 힘이 별로 없다. 예산의 80% 이상을 중앙에서 통제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지만 다른 문제도 역시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자치단체장과 의회간 관계에서는 단체장의 힘이 너무 강해, 의회가 제대로 지자체장을 견제하지 못한다”라고 주장했다.

지자체 장들이 본인들의 재선을 위해 예산을 집행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심준섭 중앙대 교수는 “예산을 포퓰리즘적 사업에 쓰는가 하면 좋은 사업이지만 전임 단체장이 벌인 일이라고 해서 사업을 접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도덕적 해이 문제도 지적했다. 심 교수는 “미국 같은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이 부족하면 그냥 파산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용인에서 경전철을 만들고 돈을 잘 못 써도 용인시가 망하지 않도록 막아준다”며 “중앙에서 재원을 내려준다. 순수한 의미의 지방자치가 안 이뤄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광역시 16곳(세종시 제외)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곳은 제주특별시다. 그러나 제주마저도 100% 재정자립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서울특별시 역시 지난해 무상보육 사업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 비중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하면서 정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지자체들의 문제는 중앙정치 예속 문제로 이어진다. 지자체장들이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방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것도, 지역 행사 때마다 빠지지 않고 국회의원 의전에 각별한 예우를 다하는 것도 유사한 이유다. 공천과 예산 문제 해결에 국회의원이 중앙정부에 건의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은 때문이다.

지자체가 제대로 정착 못한 원인은 또 있다. 국민들의 무관심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누구인지엔 관심이 많지만 구청장, 군수가 누구인지는 관심이 없다.

경희대 김 교수는 “사실 지자체 문제의 가장 큰 책임은 국민들에게 있다. 관심이 없다. 정말 관심이 없다. 그러다가 정치인들 욕만한다”며 “투표를 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적용하거나, 기권란을 만드는 것도 국민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는 방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지자체가 각종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는 현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 여러 해법들이 나왔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비리나 부정부패로 인한 이유로 해서 제명 당하거나 이런 일 생기게 되면 그런 사람들이 재선거 비용을 지불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성균관대 교수는 “내부 고발 제도 (Whistle blowing system)를 적극 활용해 내부적 감시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인사기관의 독립을 통한 지방의회의 외부적 감시 기능도 활성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희·박혜림·이수민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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