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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부족한 경제마인드, 지자체 빚더미
뉴스종합| 2014-05-30 11:14
재정자립도 20년간 내리막길…출범시기 대비 70%수준 불과
의존재원 비율 증가도 원인


돈 문제가 한국 지방자치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지방재정 자립도는 민선 1기이래 20년간 꾸준히 내리막을 걸었다. 경제마인드가 부족한 지자체의 무리한 사업추진과 각종 생색내기 용 지출 등으로 파산에 직면한 곳도 생겼다. 지방 교부세와 보조금 등 ‘의존재원’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구조가 근본원인이란 지적도 나온다.

▶재정자율성, 20년 간 3분의1↓= 재정자립도는 지자체의 전체 재원 대비 지방세와 세외수입 등 자주 재원의 비율을 말한다. 지자체 재정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스스로 조달 가능한지 보여준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자체의 평균재정자립도는 민선 1기였던 1995년 63.5%, 1997년 63%를 기록한 이후 한 번도 60%선을 넘은 적이 없다. 1999년 60%미만(59.6%)으로 떨어진 이래 꾸준한 내리막이다. 전년대비 자립도가 올라간 해는 2003∼2004년(56.3→57.2%)ㆍ2011∼2012년(51.9→52.3%) 등 사실상 두 차례 뿐이다. 작년 51.1%로 떨어졌고 올해엔 50.3%로 추락세를 이어갔다. 이뿐 아니다. 올해부터 세외수입 과목이 개편된 것을 고려하면 지자체들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45%까지 떨어진다는 것이 안행부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재정 자립도를 ‘살림의 자율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로 본다. 결국 현재 지자체들의 재정 자율성은 지방자치 출범시기 대비 70%수준에 불과해 사실상 3분의1가량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자초한 ‘위기’=이처럼 지자체의 곳간이 스스로 지탱하기 어려워진 건 스스로 초래한 결과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허술한 사업예측 등 부족한 ‘경제 마인드’는 지자체의 빚만 늘리고 있다.

강원도 태백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안형환 전 국회의원과 서경석 목사 등을 공동대표로 한 ‘세금바로쓰기납세자운동’이 올 3월 펴낸 세금낭비사례집 등에 따르면 태백시 산하 태백관광개발공사가 2008년 세운 오투리조트는 2013년 현재 빚(3392억원)이 태백시 올해 예산(2900억원)보다 많다. 이곳은 해마다 250억원 가량 적자행진 중이다. 건립 당시 사업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전문기관의 의견이 나왔지만 무시됐다. 잦은 설계변경으로 사업비가 당초 1713억원에서 44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인건비나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 않고 공사비를 책정한 탓이다. 오투리조트가 파산할 경우 태백시는 오트리조트의 지급보증액인 1460억 원을 떠안아야 한다. 태백의 채무 비율은 53%로 급상승한다. 이 리조트의 경영정상화 문제는 태백시장 선거전의 ‘핫 이슈’가 된 상태다.

경기 용인시도 지난 2012년 기존 경전철사업자와 협약을 해지하며 투자비 상환을 위해 지방채 5153억원을 발행, 한때 채무가 6800여억원에 달했다. 


▶‘중앙정부서 받으면 OK’ 구조도 문제=지방교부세와 보조금 등 의존재원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지방재정의 근본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안행부에 따르면 올해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이전되는 재원은 국고보조금 37조6000억원, 지방교부세 31조6000억원 등 69조2000억원이다. 작년 대비 5.3%(3조5000억원) 늘었다. 이와 관련,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지방자치 선진화를 위한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 방안’보고서에서 “이러한 현상은 각 지자체가 자구노력을 모색하려는 유인을 없앤다”며 “지자체의 중앙정부 의존성이 지속돼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현종 기자/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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