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이라크 사태가2016년 아프간 완전 철수를 선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경고를 주고 있다”면서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간 정세 상황을 우려했다.
▶ISIL 모술 장악, 종파갈등 발로=ISIL이 정부군과 나흘 간의 교전 끝에 10일(현지시간) 북부 니네바 주 주도 모술의 정부 청사와 군 기지를 모두 접수한 것은 기본적으로 종파 간 갈등에서 비롯됐다.
이라크 인구 대다수가 수니파인 반면, 알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중앙정부는 소수 시아파로 구성돼있다.
2010년 수니파와 쿠르드족 등과 손잡고 연립정부를 세운 알말리키 총리는 그러나 2011년 미군 철수 뒤 이들을 배제하고 시아파 일변도의 정책을 써왔다. 지난해 초엔 ISIL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하고 미국에 수니파 반군을 제압할 군비 지원을 잇달아 요청, ISIL을 도발했다.
특히 이라크 군경이 지난해 12월 안바르 주도 라마디 인근 시위 현장을 강제 철거한 이래로 ISIL은 정부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여오고 있다. 1월 초엔 팔루자 전체와 라마디 일부를 손에 넣었다.
인구 180만명 대부분이 수니파 신자인 모술은 이라크 석유생산 중심지이자 반미 성향이 강한 곳이다. 2003년 이라크전 발발 뒤 미국의 침공에 반대하는 수니파 계열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단체들이 모술을 중심으로 공격을 주도해왔다. 때문에 ISIL이 팔루자에 이어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선택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라크 종파 분포도.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반정부 성향의 쿠르드족이 우세한 지역이며, 초록색은 시아파, 파란색은 수니파가 각각 우세한 곳임을 가리킨다. 이번에 수니파 무장단체 ISIL이 장악한 북부 도시 모술(Mosul)은 수니파 신도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자료=릴리프웹ㆍBBC] |
▶‘분쟁 스필오버’ 시리아→이라크=ISIL의 모술 점거는 이웃국가 시리아에서 발생한 내전이 국경을 넘어 확산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종의 분쟁 ‘스필오버’(확산) 현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과 알말리키 정부 모두 시아파라는 점에 주목했다. ‘반(反)시아파’라는 공통분모로 수니파 무장단체 간 결집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한때 알카에다와의 연계 가능성을 내세우며 시리아에 날을 세웠던 이라크 정부가 최근 수니파 무장단체 척결을 목표로 아사드 정권과 급격히 가까워지면서 이 같은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FT는 시리아 수니파 반군세력이 이라크-시리아 국경지대인 이라크 북부에 결집해 세력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2003년 이라크전 직후 시리아에 운신했던 이라크 수니파들이 이번엔 시리아 수니파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 가운데 ISIL은 시리아에선 아사드 축출을 위한 반군 활동을, 이라크에선 알말리크 정부와 전투를 벌이고 있다.
▶미군 치안공백…내전 격화=미군 철수로 인해 발생한 치안 공백도 이라크가 내전 상황으로 흘러가는 데 단초를 제공했다.
실제 ISIL은 미군이 떠난 2011년부터 급격히 세를 불리며 반군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이라크에선 8860명이 사망해, 종파 갈등이 절정에 달했던 2006~2008년 이후 제일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올 들어서도 벌써 4700명 넘게 죽어 피해가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미국이 지난 2003년부터 2011년까지 8년 간 이라크전을 치르면서 1조7000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도 전혀 효과가 없었다는 비판이 따른다. 미국 정부가 철군 이후에도 알말리키 정부에 대량의 무기를 지원했음에도 이라크 내 종파주의를 타파하지 못하고 분열만 키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ISIL이 모술 이후 하위자흐, 리야드흐 등 키르쿠크의 남서부 도시까지 장악하고, 살라헤딘까지 진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라크는 내전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중동 전문가인 폴 설리반 조지타운대 교수는 비즈니스위크에 “무장세력이 모술을 거점으로 다른 북부지역으로 확산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그 경우 알말리키 총리는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