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패션 · 가구도 생활용품으로 영역 확대
뉴스종합| 2014-07-01 12:00
질문 하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공통점은? 둘 다 정씨? 아니다. 정답은 공교롭게 두 사람 모두 ‘라이프스타일’에서 유통의 미래를 찾고 있다는 점이다.

정 부회장은 평소에도 “유통업의 미래는 시장 점유율인 마켓셰어보다 소비자의 일상을 점유하는 라이프셰어(Life share)를 높이는 데 달려 있다”고 강조하곤 한다. 정 회장 역시 줄곧 임직원들에게 ‘토탈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단어를 각인시켜 온 것으로 알려졌다. ‘토탈 라이프스타일’과 ‘라이프셰어’라는 단어 선택에 차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모두 유통업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관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데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다.

▶패션도, 가구도 모두 라이프스타일에서 만나다=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현대리바트를 인수하면서 ‘리바트 스타일’을 전면에 내세웠다. B2B 위주의 사업구조를 B2C로 전환하는 과정의 일환이기도 했지만 가구 중심에서 인테리어용 소품과 데코상품으로까지 사업범위를 확장한 것.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온라인몰 중심으로 침구류 등 페브릭 제품은 물론, 슬리퍼, 시계, 방향제 등 각종 생활용품과 인테리어용품 등의 구색을 강화하고 있다”며 “오프라인에서도 생활문화기업으로의 진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리바트가 올 상반기 오픈한 11개 점포 중 5개가 이같은 ‘리바트 스타일샵’으로 이뤄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관계자는 “홈 스타일 상품군의 경우 6월 현재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20% 가량 성장했다”며 “20~30대 신혼부부 및 1인 가구가 주 구매고객층으로 최근 들어 선물용 구매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샘 역시 부산 센텀과 서울 목동에 대형 플래그숍을 오픈하면서 가구 이외에 생활용품 등의 구색을 갖추며 토탈 라이프스타일샵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 하반기 이케아의 한국 진출을 앞두고 사전 선점 차원에서 가구 업체들이 생활용품 사업으로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용품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기는 패션업계도 마찬가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생활용품 브랜드 ‘JAJU’를 신(新) 성장 동력의 한 축으로 놓고 오는 2020년까지 5000억원 규모의 브랜드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쇼핑몰과 백화점 등으로 매장을 적극 확장하는 한편, 향후엔 중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까지 진출해 세계적인 종합생활문화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고 말했다.

앞서 LG패션은 지난 3월 사명(社名)을 LF로 변경했다. LF는 LG패션(LG Fashion)의 약자처럼 보이지만 ‘Life in Future(라이프 인 퓨처ㆍ미래의 삶)’의 약자다. 구본걸 LF 회장은 당시 “사명 변경을 계기로 단순히 옷을 만들어 파는 회사가 아닌 고객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생활문화 기업으로 재도약하게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현대리바트의 데이 원룸 시리즈. 가구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 등 생활용품을 갖추고 있다.

▶나만의 개성...작은 사치의 종합판=생활용품과는 무관해 보이는 가구와 패션업계가 모두 생활용품 영역에까지 손을 대고 있는 것은 급변하는 소비 트랜드와 무관치 않다. 소득 3만불 시대로의 변곡점이 ‘집의 안녕’을 찾고 나만의 개성으로 꾸미려는 소비 트랜드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선진국을 보더라도 삶의 질이 높아지면 집에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많다”며 “단순히 대형TV 등 보여주기식이 있지만 간단하게 집안의 분위기를 바꿔 나만의 개성이 녹아 있는 집으로 꾸며 작은 부분에서 만족감을 높이는 경향이 짙어진다”고 말했다. ‘토탈 라이프스타일’ 이 최근 한국 소비 트랜드의 중심에 있는 ‘나만의 개성’이나 ‘작은 사치’의 종합판이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백화점은 물론 대형마트 등 유통 채널에서도 ‘라이프스타일 숍’ 강화에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탈리아 라이프스타일 편집샵인 ‘일라비타’를 오픈한 데 이어 프랑스 라이프스타일 편집샵도 오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홈플러스는 최근 LF패션 등과 업무협약을 통해 홈플러스 몰을 패션 상품군을 강화한 라이프스타일 몰로 강화하고 있다.

롯데상사가 40% 지분을 갖고 있는 ‘무인양품’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의 ‘숍인 숍’에서 가두매장으로 확대하며 영토 확장에 나선데 이어, 최근엔 가격을 35% 가량 인하하는 등 최근 들어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올 연말에는 이케아 뿐 아니라 자라리테일코리아의 ‘자라홈’, H&M코리아의 ‘H&M홈’ 등도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며, 미국의 홈퍼니싱 브랜드 ‘크레이트 앤드 배럴crate&barrel)’도 소개될 예정”이라며 “소득 3만불 시대에나 볼법한 토탈 라이프스타일 관련 산업군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석희ㆍ손미정 기자/hanimomo@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