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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 5개국, 손은 맞잡지만 순항은 ‘글쎄’
뉴스종합| 2014-07-17 10:46
[헤럴드경제=박영서 베이징 특파원]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루어진 ‘브릭스(BRICS)’가 자체 개발은행인 신(新)개발은행(NDB) 설립을 공식발표, 기존 국제금융기구 체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여러 한계 때문에 순항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브릭스’란 용어는 짐 오닐 전 골드만삭스 자산운용회장이 지난 2001년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영어 국가명 첫 글자를 합쳐 만든 것이다. 그는 거대한 영토와 인구, 풍부한 지하자원, 그리고 빠른 경제성장으로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요인을 갖춘 이들 신흥국가에 주목했다. 


처음 브릭스 모임이 출범했을 때는 실질적인 행동계획이 없는 덩치 큰 신흥국들의 엉성한 외교모임 정도로만 인식됐었다. 그러나 2009년부터 해마다 정상회의를 거듭하면서 브릭스 국가들은 호흡을 맞추면서 영문 첫 글자를 합친 모임의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 2011년 정상회의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합류시켜 몸집을 더 키웠다.

브릭스 5개국은 인구나 경제력 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브릭스 전체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 달하고 5개국의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전 세계 GDP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브릭스는 지난 2009년 첫 정상회담을 열었을 때부터 국제 금융시스템에서 신흥국의 발언권 확대를 요구해왔다. 또 브릭스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한 러시아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이 제재를 가했을 때도 결속력을 보여줬다. 


브릭스는 16일(현지시간)까지 브라질에서 열린 제6차 정상회의에서 신개발은행 및 1000억달러 규모의 위기대응기금을 설립하는 협정에 서명, 반세기 동안 유지돼 온 미국 주도의 금융패권에 도전장을 던졌다. 신흥국 모임에 불과했던 브릭스가 국제 금융시스템 재편을 선언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이런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브릭스 국가들이 단결하면서 서방 주도의 금융체계를 뒤흔들기는 쉽지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우선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과 비교하면 다윗과 골리앗 수준이다. IMF는 자본금 규모만 8374억달러에 달하고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의 입김은 여전히 강하다.

게다가 브릭스 5개국의 생각도 제각각이고 회원국간 경계심도 높다. ‘G2(주요 2개국)’ 중국은 브릭스를 미국의 대항마로 이용하려고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 유럽연합(EU)과 갈등을 빚고있는 러시아는 브릭스를 활용해 고립을 탈피하려고 한다. 인도는 브릭스를 통해 인도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면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릭스가 자체 개발은행을 설립하기로 했으나 비판론자들은 브릭스가 좌절에 묶일 운명이라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FT는 “브릭스는 곁보기와는 달리 뭉쳐진 조직이 아니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기보다 좌절할 만한 것이 더 많다”면서 브릭스 5개국 협력에 의문을 표시했다.

미국 코넬대학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무역정책학 교수는 “브릭스에는 신뢰를 갖춘 리더 국가가 없다는 것이 근본적 문제다”면서 “비록 미국이 비난을 받고있지만 세계의 국가들은 미국을 신뢰한다”고 전했다.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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