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美 온라인 명품 대여 사이트 대박…‘月 8만원에 런웨이를 통째로’
뉴스종합| 2014-07-17 11:42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한 달에 75달러(7만7000원)를 낸다. 발렌시아가 선글라스(소매가 675달러-69만원), 바르바라 부이 가죽자켓(2380달러-244만원), 엘리자베스 앤 제임스 숄더백(595달러-61만원)을 무상으로 받는다. 싫증 날 때까지 걸친다. 무료 배송으로 돌려보낸다. 새로운 명품 아이템 3점을 다시 고른다.’

수십~수백만원대 디자이너 브랜드 의류와 액서서리를 빌려서 착용하는 온라인 의류 대여 사이트 ‘렌트 더 런웨이’가 미국 패션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유행하는 디자인을 저렴하게 구매해 입고 버리는 ‘패스트패션’을 따라잡으며 성장하고 있다. 공동창업자 제니퍼 플라이스(29)와 제니퍼 하이만(33)은 돈 방석에 앉았다.

16일(현지시간) 포천에 따르면 2009년 뉴욕에서 출발한 이 사이트의 현재 가입자는 거의 500만명이다. 5년간 3억 달러 어치의 디자이너 드레스와 액세서리가 대여됐다.

대박을 친 이유는 명품을 소유하지 않고 경험하고 싶어하는 여성의 욕구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자를 하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여성 2.0”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평균 연령 30세로, 백화점 소비자 평균 연령 보다 10살 어리다. 이들은 명품 브랜드를 알아보는 안목은 지녔지만, 이를 살만한 경제력은 없다. 파티에서 한번 입고 옷장에 묵혀두는 드레스를 1000달러 이상 주고 사는 건 어리석다고 여기는 ‘실속파’다.

렌트 더 런웨이는 결혼식, 갈라, 데이트, 취업면접과 같은 특별한 상황에 필요한 옷을 빌려주자는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했다. 벤처 기금 5440만달러를 지원받았다. 18가지 상황별로 어울리는 아이템 5만개를 모았다.


회사는 최근 온라인 DVD대여 사이트와 비슷한 월정액 정책을 내놨다. 한달에 75달러를 내면 드레스를 제외한 가죽자켓, 핸드백, 모자, 스카프, 보석 등 액세서리 수천 점 가운데 3점을 무한대로 빌려주는 방식이다. 물렸거나 유행이 지났다고 생각되면 이를 돌려주고, 다른 3가지 아이템을 선택해 대여품을 바꿀 수 있다. 만일 갖고 싶다면 소매가격을 주고 사면 된다. 물품을 받고 되돌려 보내는데 드는 배송비는 무료다.

하이먼 CEO는 “백화점이나 몰을 돌아다니면서 꿈에 그리던 모든 것들을 담는 것과 같다”며 10대 마녀를 소재로 한 영화 ‘클루리스’의 옷장에 빗댔다.

포천은 “이런 방식으로 렌트 더 런웨이는, 지난 20년간 천문학적으로 급증해 순자산이 390억달러 규모로 성장한 ‘패스트패션’ 산업을 따라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체 패션산업은 지난 20년간 1~2% 성장해 정체했지만, H&M, 자라, 포에버21 같은 패스트패션 브랜드 시장은 매년 12%씩 고성장을 거듭해 왔다. 패스트패션의 확산에 따라 미국인은 연 평균 64개의 옷을 구매한다는 통계도 있다(엘리자베스 클라인의 저서 ‘오버드레스드’)

이를 두고 하이먼 CEO는 “패스트패션은 패션의 ‘정크푸드’다. 소비에 대한 강박, 유행에 끼고자 하는 열망 때문에 우리는 언젠가 떨어질 옷들을 산다”고 지적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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