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위크엔드] ‘겨울왕국’에도 3D 미키마우스…‘추억은 현재형’
뉴스종합| 2014-07-18 10:56
美 세계시장 점유율 56.3%…디지털·모바일 환경변화 빠르게 수용
日도 ‘건담’ 등 옛 캐릭터 인기 여전…英선 ‘텔레토비’ 새 에피소드 제작


미국의 미키마우스(1928년생), 일본의 건담(1979년생)과 키티(1974년생)가 부러운 이유는 이들이 일으키는 엄청난 규모의 부가가치가 전부는 아니다. 수십년이 지나서도 부모 아이 가리지 않고 세대와 호흡하는 질긴 생명력이야말로 우리 캐릭터에는 없는 부분이다. 마시마로, 졸라맨 등 한 때 팬시숍과 노점을 가리지 않고 진열대를 독차지했던 우리 캐릭터들은 단명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태어났더라면 어땠을까. 옛것 보다 새것을 좋아하는 우리와 달리 미국, 일본, 유럽 등 캐릭터 강국은 옛것에 새것을 보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냈을 것이다. ‘법고창신(法古創新)’ 능력이야말로 디즈니, 레고, 산리오 등 굴지의 캐릭터 기업이 생존을 넘어 성장을 거듭하는 힘이다.

▶신구(新舊)가 공존하는 미국=미국은 캐릭터 산업의 발상지이자 전세계 캐릭터 시장을 절반 넘게 차지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캐릭터 강국이다. 시장조사기관인 PwC에 따르면 2012년에 미국 캐릭터ㆍ라이선스 시장은 859억8100만달러(88조2337억원)로, 세계 시장을 56.3%를 점유했다. 2위인 일본(101억1500만달러)과 3위 캐나다(93억8500만달러)는 물론 프랑스(68억4400만달러), 영국(66억6100만달러), 중국(50억3600만달러), 독일(49억3100만달러), 이탈리아(46억9000만달러), 브라질(21억6700만달러), 호주(19억6800만달러) 등 상위 10개국 시장을 다 합쳐도 미국 보다 적다. 미국 시장은 2016년에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하고, 2017년까지 연 평균 4.8%씩 성장이 예상된다. 성장률 면에선 중국, 브라질, 캐나다 다음으로 높다.


미국이 이렇게 성장을 거듭한 이유는 금융 부문에서 양적완화라는 거시 경제 측면도 있지만 관련 산업계가 디지털, 모바일 등 환경 변화를 빠르게 수용한 덕분이기도 하다. 대표 기업 디즈니만해도 만화, 애니메이션, 테마파크, 영화, 게임, 방송, 출판 등을 아우르는 ‘디즈니 왕국’을 건설한데 그치지 않고 3D디지털, 모바일 등으로 환골탈태를 시도해 성공했다. 모바일게임 스왐피, 3D 애니메이션 ‘겨울왕국(Frozen)’ 등이 그것이다. ‘겨울왕국’ 속에 미키마우스 3D 단편 애니메이션을 삽입함으로써 디즈니는 독보적인 ‘역사성’을 과시하기도 했다. 1933년 시카고에서 3.75달러에 판매한 미키마우스 시계를 시초로 시작된 디즈니 소매부문(DCP)은 지난해 영업이익으로만 10억달러(1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초히트작 ‘겨울왕국’을 뺀 숫자다.

▶‘쿨재팬’의 상징 건담=일본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는 장인정신의 산물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인정신은 최신 히트작 ‘진격의 거인’까지 전세계를 휘어잡는 콘텐츠가 끊임없이 쏟아져나오는 원천이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옛날 캐릭터들도 동시대에 사랑받는다. 2012년에 캐릭터상품 매출 1위는 4년째 ‘호빵맨’이 1위였으며, ‘헬로키티’(4위),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11위), ‘도라에몽’(19위) 등 탄생한 지 40년 가까이 된 옛 캐릭터들도 여전히 인기다.

‘헬로키티’는 국제적인 스타다. 산리오는 2013년 3월 회계연도 기준 유럽 139억엔 등 해외에서 모두 398억엔을 벌어,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44.8%에 이른다.

‘건담’의 반다이 나무코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23%증가한 802억엔에 달했다. 건담 프라모델, 일명‘건프라’는 올해 3월 말까지 누계 4억3400만개 출하됐다. 건담은 일본 문화전략인 ‘쿨재팬’의 상징즘으로 여겨진다. 일본의 한 유력대학 로봇 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로봇공학에 진학하게 된 계기가 건담”이라며 “로봇 제작에 관계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건담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유럽에 부는 복고바람=유럽ㆍ중동ㆍ아프리카는 세계 시장점유율 31%(PwC 2013년)로 미국 다음이다. 특히 ‘텔레토비(teletubbies)’의 나라 영국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애니메이션, 게임 시장이 성장세이며 전체 콘텐츠 시장은 2017년까지 연평균 4% 성장해 1119억5100만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텔레토비는 13년만에 새로운 에피소드 60편이 제작돼 공영방송 BBC 디지털채널 씨비비즈(CBeebies)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1997년 첫 등장한 ‘텔레토비’는 전세계 시청자 1억명을 끌어모았고, 2001년 방영이 중단된 뒤에도 계속해서 유투브를 통해 서비스되며 총 4000만뷰를 기록했다. 북미와 유럽시장에선 X-세대를 겨냥한 복고바람이 유행이다. 미국에선 90년대 인기 캐릭터 ‘파워퍼프걸’이 2016년에 방송하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그런가하면 덴마크 레고는 ‘글로벌화’와 ‘디지털화’를 통해 생명력을 잇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분석 기사를 통해 레고가 ‘닌자고’ ‘키마의 전설’ 시리즈 등 동양문화를 접목시키고, 각종 슈퍼히어로가 총집결하는 ‘레고무비’ 개봉에 맞춰 비디오게임, 온라인 머천다이징을 동시에 전개해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레고무비’는 전세계에서 5억달러 수입을 올렸다. 외르겐 비 크너스덥 레고 CEO는 “분명한 한 가지는 레고는 결코 벽돌을 버리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조립하는) 신체놀이가 가장 중요하고, 부차적 경험으로서 그 다음이 디지털이다”며 레고의 근본정신을 강조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