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BRICS 도시 빈민들의 삶…도시락 배달ㆍ폐품수집ㆍ텐트촌에 사는 그들
뉴스종합| 2014-07-18 11:02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브릭스(BRICS)가 최근 브라질에서 열린 제6차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제무대에서 명실상부한 주요 행위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신흥국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ㆍ남아프리카공화국의 빠른 경제성장 이면엔 빈민들의 남모를 삶과 인생이 있다.

▶15년 도시락 배달의 ‘달인’=인도 경제의 중심, 뭄바이엔 세계적인 택배회사 페덱스(FedEx), UPS도 부러워할만한 도시락 배달부 ‘다바왈라’(dabbawala)들이 있다. 비가오고 태풍이 몰아쳐도, 도시가 쑥대밭이 돼도, 날이 궂건 좋건 이들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곳에 반드시 도시락을 배달한다.

미국 NBC방송에 따르면 도시락 배달부들의 고객층은 외국계 금융회사의 애널리스트, 직장인들, 학생들 등 다양하다. 이들은 2000만명 뭄바이 시민들의 점심식사를 책임지는 놀라운 일꾼들이다.

다바왈라는 뭄바이 어느곳에서든 흔히 볼 수 있다. 비탈 사완트(34)는 15년째 다바왈라로 일하고 있는 도시락 배달의 ‘달인’. 사완트는 NBC에 “엄청나게 특이한 일이 벌어져도 배달을 보장하고 있어 매우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지난 2005년 대홍수가 났을 때도 일했고 2008년 11월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으로 뭄바이 도시 전체가 마비가 됐을때도 일했다”고 말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연구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5000명의 다바왈라가 20만개의 도시락을 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 효율성 면에서는 식스시그마 수준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는 불량률이 제로(0)에 가까운 것으로, 600만 번의 배달 가운데 배달 실패는 단 한 번 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다바왈라의 역사는 1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페덱스, UPS가 설립되기도 전이다. 시장은 아직도 성장중이다. NBC에 따르면 다바왈라 시장은 연간 5~1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의 다바왈라. [사진=위키피디아]

▶폐품 모으는 빈민가 노인들…=NBC방송은 중국 내에서 늘어가고 있는 폐품 수집 노인들을 주목하기도 했다. 한국의 도시 곳곳에서도 박스를 모으러 다니는 노년층이 종종 눈에 띄는 것처럼 중국에서도 사회 안전망의 울타리에서 벗어난 도시 노인 빈곤층이 폐품을 팔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중국에서 ‘비공식적 폐품관리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는 250만명에 이른다. 쓰레기를 주워 재생가능한 물건으로 파는 행위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노년층이라는 것이다.

중국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노인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 2050년까지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4억37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년층 인구는 증가하는데 연금제도는 미비하다. 도이체방크와 중국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국가사회보장기금의 부족분은 2조9000억달러 규모라고 밝혔으며 2033년까지 10조9000억달러 수준으로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인 복지와 관련한 재정 대책마련이 힘든 상태인 것이다.

노인 빈곤층의 삶은 말 그대로 척박하다. 환경 관련 비정부단체에서 일하는 첸리웬 연구원은 NBC에 “80세 된 여성을 만났는데 그는 손수레를 끌고 매일 재활용 쓰레기를 주우러 다녔다”며 “남편은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많은 빚만 떠안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포천이 조명한 브라질 상파울루의 천막촌. [사진=포천]

▶경기장 지으니 오르는 집값, 정든 집 떠나 텐트촌 만든 빈민들=월드컵을 치른 브라질 상파울루시 코린치안스 경기장에서 불과 4㎞ 떨어진 이타께라 녹지엔 대략 5000명에 가까운 빈민들이 천막을 치고 살고 있다.

경기장 주변 주택 시세가 올라 살 수 없는 형편에 있는 빈민들이 대거 이곳으로 몰려든 것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빈민촌 강제 철거를 경험한 우리 현실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월드컵 개막 전 경제전문지 포천은 이곳을 찾아 월드컵 열기에 가려진 빈민들의 삶을 조명했다. 이들은 매월 300달러에 불과한 최저임금을 받고 살아간다. 공동 화장실, 공동 수도를 사용하고 식량부족, 사생활 침해를 감수하면서 차가운 땅바닥에 바로 등을 대고 잠을 청해야 하는 현실이다.

천막촌에서 살고있는 한 여성은 포천에 “남편이 가게에서 일해서 벌어오는 돈이 600헤알에 불과한데 집세는 400헤알 이상 올랐다”며 “언제나 이 동네에서만 살아왔는데 이제 집세도 낼 수 없다. 우린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라고 신세를 한탄했다.

천막촌에선 ‘집 없는 노동자 운동’(MTST)이란 단체가 생겨났고 이 단체는 부지 점거 농성운동 ‘피플스컵’을 주도했다. 이곳은 소유주가 나타나지 않아 빈민들의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되고 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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