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CEO 건강은 사생활? 알권리?...발병 공개 여부 뜨거운 논란
뉴스종합| 2014-07-23 11:42
JP모건 다이몬 회장 인두암 공표…치료계획 알려 시장 동요 잠재워
버핏도 2년前 위기상황 정면돌파…잡스는 쉬쉬 하다 주가 곤두박질


‘사생활 vs 알권리’

이건희(72)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석달째 입원중인 가운데 글로벌 기업 거물급 수장의 건강악화 공표와 관련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개인적 건강문제인 만큼 사생활이라는 주장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 사령탑의 건강상태는 중요한 경영 정보이므로 투자자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경영과 관련한 주요 정보는 신속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최고 경영진의 건강상태에 대한 구체적인 공개 의무는 강요하지 않고 있다. 

왼쪽부터 제이미 다이몬(JF모건체이스 회장), 워렌 버핏(버크셔해서웨이 회장), 故 스티브 잡스(애플 前 CEO)

아사히신문은 “기업 사령탑의 갑작스런 자리 이탈은 주가하락 등 파장을 일으킨다”며 “카리스마가 강한 경영자의 기업일수록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에는 최고경영자(CEO)들의 발병을 공개하는 추세다. 이달 초 미국 금융 중심지 월가는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스탠리의 제이미 다이몬(58)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인두암 발병 공표에 크게 술렁였다.

‘월가의 황제’ 불리는 다이몬 회장은 ‘JP모건의 아이콘’이다. 금융위기 당시 경영 피해를 최소화해 미 재무장관 후보에도 올랐다.

그러나 다이몬 회장은 암진단을 받은 직후 지난 2일(현지시간) 임직원들에 편지를 써 암발병 사실과 8주간의 치료 계획을 알렸다. 이후 15일에는 주주들에 “현재 암세포는 확산하지 않은 상태로 치료가 가능하다”며 “7~8주 이후 병세에 대해 보고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이먼 회장의 발언으로 JP모건의 주가는 지난 3일 1%가량 떨어진 57.05달러로 마감했다. 이후 55.56달러(10일)까지 떨어진 주가는 “업무를 지속할 것”이라는 다이먼 회장의 확신에 지난 16일 58.71달러로 반등했다. 아사히신문은 “다이몬 회장의 발빠른 설명이 투자자들의 동요를 잠재웠다”고 분석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83)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이같은 다이먼의 정면돌파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버핏 회장은 “다이먼 회장이 일을 확실히 옳게 처리했다”며 “그는 일류다. 매우 존경스럽다”고 추켜세웠다.

버핏 회장 역시 2년 전 전립선암 발병 사실을 대중에 공개했다. 그는 2012년 주주들에게 보낸 공개편지에서 암 진단과 구체적인 치료 내용을 알렸다. 그는 “경영자들은 자신의 건강에 대해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주주들에게 알릴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버핏 회장은 치료를 마치고 현재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버크셔헤서웨이는 버핏 회장의 후계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버핏은 “후계 후보자의 몇 명의 이름을 쓴 메모를 금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찰스 엘슨 델라웨어대 교수는 “버핏과 다이먼의 대처가 정확한 표준”이라며 “이들은 뜬소문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발병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붙이는 경우도 있다. 애플의 창업주 고(故) 스티브 잡스는 췌장암 발병 사실을 숨긴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2004년 췌장암 치료를 받았고, 2009년에는 6개월간 휴직하고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

잡스는 병세을 숨긴채 17kg이 빠진 수척한 모습으로 신제품 발표회에 등장해 ‘건강이상설’을 증폭시켰다. 또 스탠포드 암센터에 치료를 받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잡스는 2011년 1월 질병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같은 해 8월 CEO를 사임, 10월에 5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워싱턴대 렉스 페리먼 교수는 “CEO들은 자신의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경영 안정성에 우려가 있을 경우 발병 사실 공개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디애나대 조사 보고서는 “기업 수장의 건강문제는 중요한 경영정보”라며 “각 기업이 공개 기준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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