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분쟁
[데이터랩] 거대한 ‘어린이 무덤’…절망의 가자지구
뉴스종합| 2014-07-23 11:39
인구 절반은 18세미만 미성년자
어른 싸움에 애꿎은 아이들만…목숨 건져도 평생 전쟁 트라우마

시체안치소 · 공동묘지 포화상태…유족들 “시신 묻을 곳도 없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이 16일째 이어진 가자지구에 짙은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한쪽에선 어른들의 싸움에 죄 없는 어린이들이 죽어 나가고, 다른 한쪽에선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유족들은 시신을 묻을 곳조차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승자없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에 죄없는 어린이들만 희생당하고 있다는 국제적인 원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가자인구 절반 미성년자, 피해 우려=22일(현지시간) 타임지는 “가자지구에선 5개월 된 갓난아기가 전차의 폭격에 목숨을 잃고, 축구를 하던 4명의 소년들이 해변가에서 포탄에 맞아 죽었다”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 지속으로 대가를 치르는 건 결국 어린 아이들”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유엔에 따르면 지난 8일 양측의 교전이 시작된 이래 팔레스타인에서는 18세 미만 미성년자가 최소 121명 사망, 민간인 사망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군의 지상작전이 극대화된 “20일과 21일엔 최소 28명의 어린이들이 피를 흘렸다”고 예루살렘 유엔아동기금(UNICEF) 통신 부문 대표 캐서린 바이벨은 전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팔레스타인 인권단체 알메잔 센터는 “155명의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희생됐으며, 그 중 132명에 대해선 이름, 나이, 성별과 사망지점까지 확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미성년자 피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ㆍ가자지구 소재 휴먼라이츠워치의 빌 반 에스팔트 선임연구원은 “가자지구 인구의 50% 이상이 18세 미만 미성년자”라면서 향후 어린이 사망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겨우 목숨을 건진 어린아이들이라도 전쟁의 상흔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전쟁을 겪으며 받은 충격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지난 10일 간 직접적이고 전문화된 심리사회적지지(PSS)가 필요한 어린이들이 최소 7만2390명 발생했다”면서 앞으로 그 수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이ㆍ팔 갈등에 애꿎은 어린이들만 희생됐다는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이스라엘측은 민간인을 겨냥해 공격한 적은 없다고 변명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피터 러너 이스라엘 방위군(IDF) 대변인은 타임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들에게 전투지대 예상지점에서 대피할 것을 촉구해왔다”면서 “공격 대상이 된 민간인 주택은 테러리스트(하마스)가 지령을 내리는 곳으로 사용됐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시신 묻을 곳도 없다”=이ㆍ팔 교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620명으로 급증하면서 가자지구에선 고인을 모시는 일조차 어렵고 위험해지고 있다. 유족들 사이에선 “시신 묻을 곳이 없다”고 성토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가자시티 시내 시체안치소는 연일 밀려들어오는 시체들로 이미 수용능력을 초과한 상태다. 심지어 냉동고는 다 낡아빠져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공동묘지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시신을 안장할 묘역을 찾지 못한 유족들은 직접 땅을 파서 묻고 있는 실정이다.

본인을 교사라고 밝힌 무함마드 진데야는 WP에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죽은 고모를 모시러 시체안치소에 왔지만 남는 자리가 없다”며 “어디에 묻어드려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인들이 우리를 죽이는 일을 멈출 것 같지 않는다”고 비관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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