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러 제재 놓고 英-佛 설전 격화
뉴스종합| 2014-07-23 10:59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유럽의 오랜 앙숙 영국과 프랑스가 대(對)러시아 제재를 두고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양국 모두 서로를 향해 경제적 이유로 러시아와 밀착해 고강도 제재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신랄하게 비판하는 모습이다.

▶佛ㆍ러 상륙함 계약에 뿔난 英=영국의 공격대상은 프랑스가 러시아에 수출하는 ‘미스트랄’ 상륙함이다.

22일(현지시간) 러시아투데이(RT)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영국과 미국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스트랄급 수륙양용 군함 2척에 대한 수출 계약을 이행할 방침이다. 프랑스 정부는 이를 취소하면 프로젝트와 관련된 일자리 1000여개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날 프랑스제 미스트랄 상륙함에 대해 부가가치세(VAT)를 면제해주는 법안에 서명, 양국 모두 상륙함 공급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1일 의회에서 러시아에 상륙함 공급 계약을 이행하겠다는 프랑스의 입장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캐머런 총리는 또한 “이런식으로 행동하는 국가(러시아)와는 평소처럼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고 모든 우방들에 압력을 넣어야 한다”며 무기수출 금지 등 고강도 제재를 촉구했다.

영국은 유럽연합(EU) 차원의 대러 제재에서도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국 정부는 EU의 제재 수준을 금융, 에너지, 국방까지 확대하는 ‘3단계’ 제재를 요구해왔다.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의 ‘패거리’(cronies)야말로 (제재)부담을 져야하는 사람들”이라면서 “푸틴의 최측근과 동맹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스트랄 상륙함의 모습 [자료=프랑스 국방부ㆍRFI]

▶佛, “캐머런 위선 벗어라”=프랑스는 영국의 비난이 ‘위선’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프랑스 집권 사회당 당수인 장-크리스토프 캉바델리는 22일 “영국이 프랑스에 미스트랄 상륙함 판매 계획을 폐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주장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그는 “수많은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들이 런던에서 도피처를 찾고 있다”면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자신의 뒷마당부터 쓸어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는 지난 3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서방 제재를 우려한 올리가르히들이 영국에 자산을 빼돌린 것을 가리킨다.

실제 러시아의 실세들은 최근 1000만파운드(약 174억원)를 호가하는 런던의 값비싼 부동산을 제일 많이 사들이는 외국인 투자자로 떠올랐다. 런던 증시에 상장된 러시아ㆍ독립국가연합(CIS) 기업들만 113개에 이른다.

이와 관련 러시아과학원(RAS)의 정치 분석가인 안드레이 피온트코브스키는 영국 프로축구 구단 첼시FC의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를 가리키며 “캐머런은 유럽 정상들을 향해 푸틴과 밀접한 올리가르히들의 자산 동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그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푸틴의 지갑’으로 불리는 아브라모비치는 그동안 푸틴 대통령의 막대한 자금을 관리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지금까지 그에 대한 전면적 조사에 나선 적이 없다.

뿐만 아니라 영국 총리실은 “영국에서 (러시아 정부로)간접적으로 흘러간 자금을 보지 못했다”면서 영국에 거주 중인 올리가르히에 대해 EU 차원의 제재가 적용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런 분위기 속 러시아 재벌들은 말레이시아 항공기 격추 사건 이후 강력한 금융 제재를 우려하며 최근 자산을 런던 밖으로 빼돌리기 시작했다고 텔레그래프는 22일 보도했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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