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회사 뺏은 푸틴 “105조원 보상하라”…러 최대석유社 소송
뉴스종합| 2014-07-24 10:48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2006년 ‘유코스 사태’와 관련, 2007년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유코스오일의 전 소유주들이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에 1030억달러(약 105조50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러시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오는 28일(현지시간) 7년 만에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당시 제기한 소송으로 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미국과 유럽의 경제제재와 더불어 수천억달러의 징벌적 보상을 해야 할 처지에 이르렀다고 24일 전했다.

유코스 지분 60%를 소유했던 지주회사 GML의 대표 팀 오스본은 지난달 “PCA의 결정이 나면 상당한 수준의 보상을 받을 것”이라며 “러시아 정부가 정치적 동기에 입각한 전면적 공격을 벌였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고 어떠한 보상도 없이 유코스오일의 주식을 불법적으로 몰수했다는 우리 관점을 확인하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유코스,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사진=위키피디아]

유코스 사태란 2003년 유코스의 경영자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가 사기 및 횡령, 돈세탁, 조세 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돼 체납된 세금을 강제 추징하면서 사실상 러시아 정부가 회사를 강제 해체시킨 사건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당시 추징액은 무려 270억달러로 유코스오일의 매출액보다 많았다. 핵심 자회사 유간스크네프테가스 등 대다수의 자산들은 뿔뿔이 흩어져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 가스프롬 등에 매각됐다. 결국 경영자 구속 등의 업무공백, 핵심 자회사 매각, 막대한 추징금 부과란 삼중고를 겪으며 유코스는 2006년 완전히 파산했다.

호도로프스키는 옛 소련 붕괴 이후 막대한 부를 쌓은 올리가르히였다. 러시아 최고의 자산가로 재산은 150억달러에 이르렀다. 그러나 푸틴 정부가 들어서며 그의 송유관 정책, 부정부패 등을 문제삼으며 비난했고 정권의 표적이 됐다.

대중적 인기로 대선 출마설까지 나와 정권의 공격 대상이 되는 것은 자명했다. 그는 결국 8년 형을 선고받고 2005년부터 투옥생활을 했다.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푸틴의 ‘정치적 공세’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특별사면돼 현재는 스위스에서 거주하고 있다.

유코스,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사진=위키피디아]

전 소유주들이 이번 소송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러시아가 배상 책임을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구스 반 하텐 캐나다 요크대 로스쿨 중재 전문 교수는 GML이 부분적인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봤다. 그러나 항소할 가능성은 극히 제한적이고 러시아는 피해액 지불을 거부할 것으로 전망돼, 과거 유코스 자산들을 상당수 보유한 로스네프트 등을 대상으로 소송전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재판 결정이 서방의 러시아 제재와 맞물려 공세적 요소로 작용할수도 있다는 해석도 있지만 PCA측은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활동하는 정치 애널리스트 마샤 립먼은 블룸버그에 “우연이건 그렇지 않건, 이는 우연 이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외무부와 로스네프트 측은 이번 소송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거나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엔 유코스 전 주주들이 유럽인권재판소에 제기한 380억달러 소송도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호도르코프스키는 피해보상 청구 권한이 없다. 그는 러시아 정부의 공격목표가 돼 법정에 서게 되자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동료 주주인 레오니드 네프즐린에게 자신의 지분을 넘겼다.

네프즐린은 GML의 지분 70%를 소유한 인물로 GML은 유코스 지분 60%를 갖고 있었다. 이밖에 유코스의 다른 전 소유자는 총 네명으로 플라톤 레베데프, 미하일 브루드노, 블라디미르 두보프, 바실리 샤크노프스키 등이다. 이들의 지분은 7.5% 미만이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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