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고나은, 정통사극 배우로도 손색 없었다
엔터테인먼트| 2014-07-25 19:19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KBS ‘정도전’은 50회로 끝났으니, 150회 정도 되는 대하사극의 압축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생략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전쟁신도 황산대첩, 위화도회군 두 개만 집중했다. 여성의 이야기나 남녀관계도 별로 없다. 유동근과 조재현을 인터뷰하면서 “극중 아내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했더니, “부부관계 이야기가 적어 아쉬웠다” “별로 만난 적이 없어서”라고 말했다.

1회부터 출연한 이일화(이성계의 경처 강씨)나 이아현(정도전의 아내 최씨)도 그럴진대, 극의 구도가 완전히 잡힌 후반부에 투입된 고나은(32)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이방원의 아내로 나중에 원경왕후가 되는 민씨 역할의 고나은은 사극에 첫 도전한 것이다. 자신의 신이 많을 리 없었다. 적은 출연 분량으로 튀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어필해야 했다.

“사극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컸다. 처음 하는데, 중간에 투입돼 겁은 났다. 하지만 사극은 언젠가는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라도 경험하면 그 다음에 더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사극 경험이 없어 맞는 건지 틀린 건지도 모르고 연기했는데 감독님(강병택 PD)이 저의 희박한 가능성을 봐주었다.”

고나은은 몇 장면이 되지 않았지만 ‘왕자의 난‘을 일으키는 종반부에는 확실한 존재감을 어필했다. 정도전측 사람들을 회유하거나 겁박하고, 또 애원하는 그녀의 연기는 크게 성장해있었다. 연기 카리스마가 뿜어져나왔다.

“남편(이방원)이 갈피를 못잡고 있을때 나침반이 되어준 것이다. 여자로서 나약함도 써가며, 동정, 협박, 부탁 등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민씨는 굉장한 역할을 했고 영향을 끼쳤다. 연기하면서 참 대단한 여자라고 생각했다(헌릉에 잠들어있는 원경왕후를 말한다)”

이어 고나은은 “민씨는 여성임에도 진취적이고 당당하고 자신감이 있는 여자다. 그안에 따뜻한 배려심도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민씨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처해진 상황을 보면서 연기의 톤을 잡았다”고 말했다. 



고나은에게 ‘정도전‘ 출연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작업이었다. 촬영장만 해도 지금까지 출연했던 드라마와는 많이 달랐다.

“촬영장에는 아우라가 있었다. 엄숙한 느낌도 들었다. 대선배님의 농담마저도 무게가 느껴졌다. 긴장을 많이 했다. 하지만 선배님들의 연기하시는 부분을 보면서 얻어가는 게 많았다.”

고나은은 강병택 PD와 정현민 작가에게도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강 PD님은 촬영장에 나이 많은 배우분들이 많아 위축될 수도 있지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통솔력과 카리스마를 보여주셨다. 정현민 작가님은 대사나 구도에서 내공이 느껴졌고, 캐릭터들을 다 살려내셨다. 그러면서도 할 이야기를 다 하셨고, 모든 배우들이 정도전과 연관이 돼있는 점, 결국은 정도전으로 이야기가 수렴되게 만들었다. 저는 늦게 들어갔는데도 비중을 떠나 제 배역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고나은은 ‘정도전’이 재미있었던 점에 대해 설명했다.

”등장인물들이 서로 의견은 다르지만 추구하는 바는 국민이 잘되게 한다는 점에서 다 똑같았다. 그래서 당시의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요즘 이야기와 닿아있었다. 의견과 의견의 부딪힘은 충분히 흥미로웠고 긴장감도 제공했다. 사극 하면 나이든 사람이 보고, 재미없다는 시각이 있는데, 역사를 재밌게 알아갈 수 있는 ‘정도전‘ 같은 사극이 앞으로도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배우를 목표로 삼고 있던 고나은은 고교시절(중경고) 길거리 캐스팅에 의해 드라마에 잠깐 출연했지만 확실하게 빛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다 아이돌 그룹 제안을 받고 19세에 걸그룹 파파야로 데뷔했지만, 관심이 있는 건 연기였다. 경기대 연극영화학과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그러니 고나은은 연기에 두번 데뷔한 것이다. 연기 출발이 늦었지만 단아한 이미지를 보여주었던‘보석비빔밥’, 악녀로 나온 ‘천사의 선택’, 열혈 형사로 나온 ‘무정도시’, 귀여운 부잣집 딸 역할을 맡았던 ‘결혼의 여신’, 그리고 이번에는 ‘정도전’으로 매번 다른 역할을 맡았다.

아이돌 그룹에서 배우가 되면 조금만 연기를 못해도 ‘발연기‘ 논란이 일지만, 고나은은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나가며 꾸준히 실력을 향상시켜나갔다. 그의 연기경력은 아직 얼마되지 않지만 성장에 큰 도움을 주었다.



“오래동안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된다는 게 가장 어렵다는 걸 안다. 어떤 배역을 맡을지 모르니까 나이에 맞는 경험을 쌓아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좋은 영화와 공연도 많이 보고, 혼자 판단이 서지 않을때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연기 선생님을 두는 것도 괜찮다.”

연애는 꾸준히 했지만 현재 애인은 없다는 고나은의 다음 연기에 기대가 생겼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