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대학 주택가는 ‘상권’ 변신중
부동산| 2014-07-30 11:56
가격 부담없는 점포 속속 창업
임대료 저렴 소자본 진입 많아
원룸 대거 공급 유동인구 형성
매출 늘자 권리금 1억 달하기도


대학교 주변 주택가가 작은 상권으로 거듭나고 있다. 학생들과 주민들이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점포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미니 상권’으로 변신하고 있다. 각종 커피전문점과 프랜차이즈 음식점 등이 점령한 대학교 정문 상권과는 다른 정취를 주면서 소규모 창업자들의 ‘틈새 시장’으로 성장하는 모양새다.

시립대 후문 주변 휘경동 일대가 대표적이다. 이 일대 주택가는 3~4년 전만해도 세탁소, 슈퍼마켓, 분식점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카페만 5곳이나 되고, 맥주집과 편의점, 미용실 등도 즐비하다. 새로 지어진 원룸주택 1층에 입점한 경우도 있고, 과거엔 슈퍼나 쌀집이었던 자리에 새로 가게를 연 경우도 있다.

휘경동 마을사부동산센터 관계자는 “여기는 임대료가 저렴해서 소자본·소규모 창업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며 “최근에도 대여섯명이 가게를 낼 만한 점포를 문의해왔다”고 전했다.

경희대 후문에서 외대까지 이어지는 주택가 도로 주변에 들어선 각종 점포들 모습.

이 일대 점포 임대료는 10~15㎡ 기준으로 한 달에 50만원 정도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정문 상권에 비해 낮지만 최근 2~3년 사이에 10~20만원 정도 오른 것이다. 이곳도 장사가 잘 되는 곳은 임대료가 더 높다. 3년 전에 문을 연 한 카페의 월세는 160만원에 이른다.

경희대와 한국외국어대 후문 주변 주택가도 비슷한 분위기다. 경희대와 외대 주변 주택가인 이문동 264번지 인근엔 카페와 미용실, 편의점 등이 줄줄이 들어서 있다. 몇 년 전만해도 볼 수 없었던 가게들이다.

인근 대흥공인 관계자는 “1년 사이에 새로운 카페 2~3곳이 새로 생겨났다”면서 “기껏해야 5m도 채 되지 않는 골목길인 천장산로가 여기 상권의 메인도로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주택가에 이렇게 점포가 들어설 수 있는 건 든든한 배후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년간 대학가에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각종 원룸주택이 대거 공급되면서 수천명에 이르는 고정적인 유동인구를 형성했다. 이들의 구매력은 고스란히 주변 점포의 매출로 이어진다.

유동인구와 매출이 보장되니 자연스럽게 권리금도 형성됐다. 경희대와 외대 후문 주택가 가게의 평균 권리금은 3000만원 수준이다. 입지가 좋은 한 미용실의 경우 권리금이 1억원에 달한다. 땅값도 덩달아 올라서 휘경동과 이문동의 대학 주변 땅값은 3.3㎡당 2000만원 수준이다.

이문동 부동산플러스공인 전숙자 대표는 “2000년 초반에만 해도 여기 땅값은 3.3㎡에 400만원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후문에 주택가를 끼고 있는 서울시내 대학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중앙대학교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사회과학관 건물 옆으로 열린 쪽문 근처에 15㎡ 남짓한 가게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다”며 “월세가 40~50만원에 불과하지만 학생들하고 동네 주민들이 오며가며 돈을 쓰니까 제법 많이 이익을 남기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는 “서울시내 종합대학의 경우 보통 학생이 2만~3만명 정도고, 인근 주민들까지 감안하면 웬만한 택지지구와 비슷한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다“며 “대학교 주변 주택가에 형성되는 ‘틈새 상권’은 안정적인 매출이 최대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박준규 기자/whywhy@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