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거물의 퇴장
뉴스종합| 2014-08-01 10:36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한동안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아니 내릴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를 태운 카니발 차량이 국회 정론관 앞에 선 뒤 5분여 간. 그의 측근들은 말없이 그를 기다렸고, 평소엔 득달같던 취재진들도 그가 차에서 내려 정론관으로 이동할 때까지 단 하나의 질문도 하지 못했다. 그가 20여년의 정치생활을 마감하는 자리인 탓이었다. 손 고문은 지난달 31일 그렇게 정계은퇴를 발표하는 국회 정론관에 입장했다.

그는 준비한 회견문을 담담히 읽었다. “정치인은 들고 날때가 확실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생각”이라며 “지금은 제가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고 손 고문은 밝혔다.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회한도 밝혔다. ‘저녁이 있는 삶’은 그가 지난 대선 내놓은 슬로건이다. 노동-인권-복지 등 우리사회 현안을 되돌아 볼 수 있게 끔 했던 이 하나의 문구는 정치인으로서의 그의 존재가치를 재평가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드린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날 정계은퇴 선언은 지난달 30일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의 참패 결과다. ‘수원 벨트’ 전략은 무너졌고, 차기 대권의 꿈도 멀어졌다. 이 순간 그는 정계은퇴를 선택했다. 올해로 만 66세인 그의 결단이었다.

이날 회견장엔 20여대의 영상카메라와, 50여명의 카메라 기자들이 운집했다. 기자들과 국회의원들 200여명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용’이 되지 못한 거물 정치인의 마지막 회견을 직접 듣기 위해 모인 인파다.

손 고문은 이날 측근들과의 오찬에서 처음 정계은퇴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자리했던 인사들 중엔 그의 은퇴를 반대했던 인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손 고문이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일부 손 고문측 인사는 정론관 복도에서 벌건 눈으로 눈물을 흘렸다. 지난 대선에서 손 캠프에서 가장 열심히 활동했던 인사들이었다.

손 고문은 이날부로 정계를 떠났지만, 여전히 그의 행보에 정치권은 관심을 갖는다. 거물은 존재가 정치인 탓이다. 그는 회견을 마친 뒤 국회의 모든 기자실을 돌며 인사했다. 국회에 등록된 출입 기자 수는 1000여명을 넘는다. 그가 구심점 없는 야권의 진짜 ‘고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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