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재해
박영선 대표와 세월호 참사 악용세력
뉴스종합| 2014-08-11 11:40
11일 조간에 세월호 특별법 논란에 대한 기사가 유독 많습니다. 그 중 조선일보에 게재된 박스기사 하나. 사진(얼굴) 두 개에 ‘광우병 시위 주도했던 그 사람들···이번엔 세월호 유가족들 옆에’라는 제목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기사 내용은 2008년 광우병 시위 등을 주도했던 단체와 인물들이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했던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야합” “배신”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다시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겁니다. 문제의 두 사람은 한국진보연대공동대표인 박석운씨와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태호씨입니다. 지금 세월호 참사 관련 촛불시위를 주도하는 단체는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라고 합니다. 박 씨는 국민참여진상규명위 공동대표이고 이 씨는 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군요.

박 씨는 농성 현장에서 취재기자가 명함이 몇 개냐고 묻자 “정확히 셀 수 는 없지만 국정원 시국회의, 삼성바로잡기, 쌍용차 비대위, KTX 범대위, 의료민영화 반대 범대위, FTA 범대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고 하더랍니다. 정확히 셀 수 없을 정도다? 이런 박 씨와 광우병 대책위에서 상황실장으로 핵심 역할을 했던 박원석씨는 지금 정의당 국회의원으로서 세월호 특별법 합의에 대해 전면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진> 2008년 서울 시청 일대를 꽉 메운 광우병 촛불시위

이들 주도로 지난 주말에는 세월호 촛불시위가 벌어졌습니다. 8.15일에도 촛불시위를 하겠다고 합니다. 굳이 기자가 타 신문 기사 내용을 상당부분 옮겨다 이들에 대해 말하려는 의도를 알만한 이들은 잘 알 겁니다. 이들의 염원이 문제 해결인지 아니면 촛불시위가 활활 전국으로 달아올라 나라가 온통 시위 도가니로 변하는 것인지 답은 둘 중 하나입니다. 과연 그들은 어느 쪽일까요.

기자는 매일 출퇴근길에 광화문 사거리를 지납니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세월호 참사 가족들의 농성천막과 유가족들의 소리 없는 처절한 절규를 늘 접합니다. 벌써 한 달 째 다 되갑니다. 그리고 요 며칠 사이 의사 출신 모 여당의원은 유가족(아빠)들이 단식을 하는 데 제대로 했으면 쓰러졌을 것이라는 말을 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도 잘 압니다. 진위야 어떻든 간에 시기적으로 ‘가짜 단식’ 논란을 야기할 만한 사려 깊지 못한 언사라는 판단입니다.

그러나 지금 정확한 사태파악은 진실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안타깝게도 세월호를 악용하려는 세력들의 움직임이 집요하게 앵글에 잡혀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농성과 요구사항에 대한 수위가 순도 100%라고 보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또 이웃의 불행을 내 것으로 여긴답시고 마치 국가적으로 불행한 사태에 기름을 붓는 이들이 유가족의 주변, 아니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사실 그동안 세월호 유가족의 농성 또는 시위에 대해 누구하나 대놓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솔직한 다수 여론이 수면위로 나와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유가족들의 요구와 농성에 대해서도 옥석을 가려야 합니다. 순수 지원인지 저급한 음모의 술수인지 파헤쳐야 할 때라는 겁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 새정치연합의 박영선 원내대표(비대위원장)의 행보는 대단히 눈여겨 볼 만합니다. 박 대표는 특검임명과 수사권 기소권 등 관련 일정 양보함으로써 거센 후폭풍을 맞고도 주말 쉴 틈 없이 유가족들을 찾아 설득하려 애썼습니다. 박 대표는 그랬습니다. “2년이고 3년이고 계속하실 거예요?…(중략)…협상무효에 전원 만장일치 하셨다고 하는데, 저는 유가족 전체 의견이라고 생각 안 합니다. 대표단 중에서도 저한테 협상에 동의한다는 문자와 카카오톡 보내는 분들이 있어요. 그분들도 유가족이고 국민인데 그 얘기는 안 듣는다면 대표단이 독단적인 얘기를 하는 거지요.” 이 과정에서 박 대표는 거센 항의와 함께 물러나라는 등 험구까지 들어야만 했습니다.

야당 분위기도 사납습니다. 문재인 의원, 정동영 상임고문 등을 포함해 비판 행렬이 줄을 잇습니다. 그러자 박 대표는 강경파들을 향해 “(협상하는 동안에) 자기들은 해외로 놀러 다니고, 싹 다 도망간 거 아니냐. 다 놀다가 이제 재협상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다고 몰아붙였습니다. 늘 비틀고 뒤집는 이들은 결정적일 때는 뒤로 빠집니다. 이번에 새정치연합에서도 그랬나 봅니다. 그들의 면면이 그려집니다. 상황이 버거웠던지 박 대표는 ‘세부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원만한 해결이 있길 바랍니다.

상황은 시작이 있고 끝이 있기 마련입니다. 박 대표는 지금 선거 때마다 패하는 제1야당의 재기를 책임진 절체절명의 책임자입니다. 박 대표가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사도 하고 기소도 하고 판결까지 다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도 당을 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자 문제 해결을 위한 결단으로 해석됩니다. 당이 변하지 않으니 비대위원장이라도 변해야 겠다는 절박함이 물씬 묻어납니다.

매듭은 풀어야 더 이상 매듭이 아닌 것입니다. 중재가 없다면 여야협상, 그리고 유가족과 정부의 갈등은 평행선일 겁니다. 몇 년이고 말입니다. 정상적이고 이성적인 사고와 자세로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고 또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다시는 비정상의 집합체인 세월호는 출현하지 않게 됩니다. 정부와 여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추호도 가벼운 자세를 지녀선 안 됩니다. 마찬가지로 세월호 유가족분들 역시 지금은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라는 생각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악용하려는 세력과 야당 비대위원장이 선명하게 대비되는 날입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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