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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글래스 ‘엡손 모베리오 BT-200’
뉴스종합| 2014-08-22 07:38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엡손의 ‘모베리오 BT-200(이하 BT-200)’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 글래스다. 핸드폰의 미러캐스트를 이용해 영상을 볼 수 있으며, 인터넷 서핑과 유튜브 감상 등 스마트폰과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또 내장 카메라는 물론 블루투스와 모션 센서 등이 탑재돼 별도의 스마트 기기를 연결하지 않아도 독립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과연 그 성능과 가성비는 어떨까. 직접 사용해 봤다.



엡손 ‘모베리오 BT-200(이하 BT-200)’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 글래스다.

▶스마트 글래스의 오늘을 보다=BT-200은 영상감상에 특화된 스마트 글래스란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투명한 유리막에 영상이 비치는 형태로 화면을 보면서도 전방에 있는 환경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티비를 보면서 문서를 작성한다던가, 요리를 하면서 요리영상을 보는 식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무게는 전작인 BT-100(240g)보다 58% 줄인 88g다. 하지만 실제 착용했을 때 무게감은 있다. 아주 가벼운 보급형 스마트폰을 코 위에 얹혔다고 생각하면 쉽다. 코가 낮은 사람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는 포지션이다. 귀 고정고리와 코받침을 조정할 수 있었지만 정확한 착용감을 느끼기 위해선 조정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반면 안경을 착용한 사용자가 착용해도 될 정도의 공간이 확보된 점은 칭찬할 만 했다.

컨트롤러의 ‘ON’ 스위치를 누르면 가로형태의 안드로이드 ICS 화면이 사용자를 맞이한다. 모션센서가 장착돼 글래스를 쓴 채로 고개를 돌리거나 이동하면 내장된 배경화면이 움직여 ‘기기가 내 위치를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즉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다.

내장 카메라는 30만 화소(640X480)로 과거 웹캠 수준이다. 간직할 사진을 촬영한다는 느낌보다는 QR코드와 순간적인 상황을 녹화하는데 그 기능을 이해하는 것이 좋다.



패키지와 이어폰. 이어폰은 베이스가 강조돼 액션영화 감상시 박진감 넘치는 타격음을 제공한다.

▶익숙한듯 익숙하지 않은 익숙한 사용감=컨트롤러를 이용하는 방식은 스마트폰과는 조금 다른 트랙패드 형태다. 터치로 커서를 움직이고 톡 두드리면 눌린다. 화면간 이동은 두 손가락을 컨트롤러에 대고 스와이프하면 된다.

스마트 글래스 케이블 상단엔 이어폰을 꼽는 단자가 위치해 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이어폰은 베이스 부스트 기능을 갖추고 있어 저음이 상당히 강조됐다. 음악을 감상했을 때는 웅웅하는 베이스 잔향음이 남았지만 영화를 감상할 땐 박진감이 상당했다. 이퀄라이저(EQ)의 저음역대를 최고 수치로 올린 것과 같은 기본 세팅으로, 음악을 감상할 때는 소프트웨어적으로 이 음역대를 낮추는 것이 낫다.

컨트롤러 좌측엔 2D와 3D 영상을 전화해주는 버튼이 있다. 두 개로 분리된 3D 영상을 하나로 합쳐주는 기능을 하나의 버튼으로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다. 아날로그로 분리된 영상을 소프트웨어적으로 합치는 기술로, LG전자 TV나 PC 동영상 프로그램을 생각하면 쉽다. 단 기본 앱 상에서 자막 3D 설정이 없어 영상을 하나로 합치면 자막은 양옆으로 깨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현지화에 대한 앱 지원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 


사용자가 스스로 최적의 착용감을 찾도록 기기의 다양한 부분을 조절할 수 있다. 컨트롤러 케이블 단자 연결부위도 튼튼했다.


▶영상감상엔 딱…반응속도는 글쎄=글래스에 투영되는 화면은 생각보다 작았다. 영상 감상이 아닌 스마트 글래스에 초점을 맞춤 제품의 적합한 선택이라고 판단됐다. 주위의 환경을 인식하기 위해 화면을 작게 설정한 느낌이었다.

엡손이 출시 당시 언급한 체감 사이즈 320인치는 사용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실제 글래스에 투영된 화면은 55인치 티비를 5미터 거리에서 감상하는 것과 같은 크기였다. 영상을 크게 보기 위해 코받침을 세우고 눈에 가까이 위치해도 그리 크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연결성은 뛰어나다. 전작보다 업그레이드된 안드로이드 ICS이 탑재되면서 스마트폰의 가로모드와 세로모드를 전환이 자연스러웠고, 미러캐스트를 이용해 확장성이 용이했다. 반면 화면의 반응속도는 0.3초 딜레이가 있었다. 영상을 감상하는데 문제는 없었지만 게임 등 즉각적인 반응을 필요로 하는 영상을 감상하기는 어려웠다. 소리와 영상, 조작의 밸런스가 일치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응속도 지연이 미러캐스트의 기술적인 한계 때문인지는 아닌지 무선 미러링 어댑터(EHDMC10)를 사용해 컴퓨터와 콘솔게임을 연결해 봤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지연속도는 여전히 존재했다. PCㆍ셋톱박스 내의 영상을 감상하는데는 편했지만 엑스박스360과 플레이스테이션4 등 콘솔게임기는 메인메뉴부터 지연현상이 일어나 플레이 자체가 불가능했다. 특히 레이싱 게임은 물론 에뮬레이터 게임까지 딜레이 현상이 일어났다. BT-200은 게임 마니아보다 영화 마니아들에게 적합한 제품이었다.

검은 막을 글래스 앞에 부착하면 자신만을 위한 영화관이 만들어진다. 카메라 성능은 웹캠 수준으로 활용도에 한계가 있다.


▶당신이 얼리어답터라면…=BT-200은 현재 70만원대 후반대에 판매되고 있다. 가격대비 성능을 고려한다면 분명히 현명한 소비방법은 아니다. 스마트 글래스의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지 않았고, 현재진행형인 디바이스이기 때문이다.

전작인 BT-100가 싱글코어 AP에 512 램을 탑재했던 것과는 달리 BT-200은 1.2기가 A9 듀얼코어를 탑재하고 SGX 540 그래픽을 채용하는 등 완성도면에서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사양이 전보다 크게 상향됐고 기술의 발전에 무감각해진 사용자들의 수준을 고려하면 제품의 가격 부담은 존재한다.

또 안드로이드 ICS를 탑재하고도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단점이다. 기기의 장점을 두루 누리기엔 엡손 모베리오가 만든 앱 생태계인 ‘모베리오 마켓’은 한참 부족해 보였다.

결국 BT-200은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새로운 기기들을 사용하고자 하는 얼리어답터들이나 영화마니아에게 환영받을만 한 제품이다. 스마트 글래스라는 신기술이 보편화되기 전 그 발전상을 체험하는 데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스마트 글래스로 체험해 볼 수 있는 제품이 사실상 BT-200이 유일한 점임을 감안하면 매력은 충분하다.

진보된 프로젝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엡손의 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BT-200은 기념비적인 제품이다. 향후 구글을 비롯한 각 제조사들의 시장진입이 예상되는 만큼, 선도기업이라는 이미지에 따른 기술 선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엡손의 무선 미러링 어댑터 EHDMC10는 각종 셋톱박스와 콘솔 등을 연결해 준다. 싱크 버튼을 누르면 BT-200과 쉽게 연결된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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