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가족에게까지 ‘거짓인생’ 투성이, 한국판 화차 끝내 구속
뉴스종합| 2014-08-31 10:56
[헤럴드경제] 남편까지 속이고 대학병원 의사 행세를 하며 사치로운 생활을 즐겨온 한국판 ‘화차’의 주인공이 결국 구속됐다. 화차는 갑자기 사라져버린 약혼녀의 행방을 쫓으면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의 과거 행적을 알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안범진 부장판사)는 지난 2011년 자신이 한 대학병원 의사인 것처럼 속여 남편과 결혼한 후, 수년간 사기행각을 벌여온 A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31일 밝혔다. A 씨가 남편에게 소개한 친정 식구들과 지인 상당수 역시 돈을 주고 고용한 ‘가짜’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의사도 아니었고 재력가의 딸도 아니었지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투자금 명목 등으로 받은 수억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해 남 보란 듯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겼다.

A 씨는 결혼 후 첫 번째 타깃이 된 것은 시누이.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시누이에게 “곧 돌려주겠다”며 2700만원을 받아 생활비로 썼다. 이후 다시 “채권 투자를 해주겠다”며 2억원을 받아 앞서 빌린 돈을 일부 갚고 나머지를 챙기는 ‘돌려막기’를 시작했다. 이렇게 A씨가 시누이로부터 총 33회에 걸쳐 받아낸 돈은 5억2000여만원에 달한다.

시누이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챈 후에는 주변 사람들을 한 명씩 골라 삼으며 ‘돌려막기’를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A 씨의 집 가정부와 그가 다니던 학원 건물 경비원 등도 차례로 걸려들었다.

A 씨는 피해자가 속출하기 시작하자 어린 딸을 데리고 돌연 자취를 감췄고, 남편은 그제야 자신이 그동안 감쪽같이 속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 씨가 잠적 후에도 “병원에서 육아 휴직했고, 남편은 재벌가 직계가족인데 해외 출장을 떠났다”고 계속 거짓말을 하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금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피해자들의 고소로 지난 3월 초와 5월 말 잇따라 불구속 기소됐다. 두 번째 기소까지 피해액이 6억6000여만원에 달했지만, 아이를 부양해야 하는 점 등이 참작돼 구속은 면했다.

그러나 A 씨는 처음 기소된 후인 3월 말 피해자와 합의하기 위한 돈을 마련하고자 또다시 채권 투자를 운운하며 2억원 규모의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 최근 끝내 구속됐다.

onlinenews@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