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분쟁
몸값 요구 않고 참수한 IS…알고도 또 당한 오바마
뉴스종합| 2014-09-03 10:59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2일(현지시간) 두번째 미국인 기자 스티븐 소트로프(31) 참수 동영상을 배포했다. 인질의 몸값을 요구하지 않은 IS의 노림수에 의문이 증폭되는 한편 사면초가에 몰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다음 수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소트로프 참수 이후 이라크 미군시설과 인력 보호를 위해 350명 추가파병을 결정했다. 하지만 “IS에 대한 전략이 없다”는 발언으로 무능함을 드러내면서 미국 외교정책이 ‘자유낙하’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오바마 대통령은 4~5일 영국 웨일스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담에서 회원국의 군사작전 참여를 촉구한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시리아 공습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IS 참수 뭘 노리나=
IS의 잇단 미국인 참수는 몸값과 상관이 없다. 이들의 목적은 오로지 협박을 통한 미국의 정책변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소트로프 참수 영상에서 IS는 미국의 ‘오만한’ 정책을 거론하며 적대감을 드러냈다”며 “이것은 미국이 이라크 북부에서 세력을 확산하는 IS를 막기 위해 최근 공습을 단행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소트로프를 참수시킨 IS전사가 “오바마는 물러나고 우리를 이대로 내버려둬라”고 언급한 것이나 동영상 말미에 “미국이 공습을 지속하거나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가담한다면 또 다른 인질을 죽이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IS가 몸값을 요구하지 않는 이유는 이미 IS가 많은 자금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IS는 시리아 동부지역의 유전과 이라크 북부도시 모술에서 장악한 이라크중앙은행 지점을 통해 수억달러의 활동자금을 조달받는다. 텔레그래프는 “IS가 몸값이 필요없는 역사상 가장 부유한 테러단체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설사 몸값을 요구한다고 해도 미국 정부는 인질 양도를 목적으로 협상하지 않기 때문에 민간 기업이 몸값을 제공했다가는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IS는 서방의 정책결정자에 직접 위협을 가하려고 하고 일련의 공습에 대해 ‘미국’에 대가를 치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참수는 ‘프로파간다(선전ㆍ선동)’를 극대화시킨다. 미 CNN방송은 “참수 ‘영상’이 적들에 공포심을 줄 뿐만 아니라 IS 지지자들을 모으고 힘을 집결시키려는 목적이 있다”이라고 분석했다. 텔레그래프는 자칭 IS 최고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전략적 핵심 목표는 “탈레반을 밀어내고 IS를 세계 최고의 반(反)서방 테러단체로 만드는 것”이라며 참수가 효율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고도 당한 오바마=스토로프 참수로 오바마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몰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첫번째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 참수 직후 IS를 암덩어리고 규정하며 강력한 응징을 천명했지만 몇차례 이라크 추가 공습 이외에는 별다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공화당에서는 미국의 외교정책이 자유낙하 중이라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소트로프에 대한 위협이 수주 전부터 예고돼 왔음에도 백악관이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시리아 공습이 임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IS의 두번째 참수가 오바마 대통령에 시리아 공습을 감행할 명분을 제공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번 사건은 9.11테러 13주년을 앞두고 미국 본토를 겨냥한 IS테러 위협이 고조되는 와중에 터져 미국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텔레그래프는 “IS는 큰 리스크를 갖고 있다”며 “미국을 억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이 예상보다 더 강한 행동을 취하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현재 IS를 공격하기 위해 동맹국 규합에 착수했으나 상당수 동맹ㆍ우방국이 미국 주도의 공동 군사작전 참여를 꺼리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이미 공습 불참을 결정했고, 영국과 호주는 미온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4∼5일 영국 웨일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동맹국의 참여를 거듭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희생양은 영국인=이번에 참수된 소트로프는 지난달 19일 제임스 폴리 이후 2주 만에 살해됐다. 다음 희생자로는 영국인 데이비드 카우손 해인스가 지목됐다. 미 NBC방송에 따르면, 헤인스는 전직 영국군 출신으로 다수의 구호단체를 위한 보안관련 업무를 해오다 지난해 초 시리아에서 납치됐다.

소트로프는 대학서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아랍어를 배워 중동지역에서 프리랜스 기자로 활동해 왔다. 소트로프가 두번째 희생자로 지목되자 그의 어머니는 IS 지도자에 영상을 보내 “아들을 살려달라”고 호소지만 끝내 아들은 싸늘한 주검이 되자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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