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한국판 와타나베 노린다? 엔저시대 투자법
뉴스종합| 2014-09-18 10:04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원/엔 환율이 6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엔저(엔화가치 하락) 현상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일본 정부가 엔저 기조 정책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떨어질대로 떨어진 엔화 값이 중장기적으론 오를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아 엔화 투자가 저금리 속 자산관리의 활로로 부상하고 있다.

▶엔고를 기다리며…환차익 노리자=엔화 투자의 가장 ‘원시적’인 방법은 직접 엔화를 사서 개인 금고 등에 보관하는 것이다. 은행에 가서 우리 돈을 내면 엔화로 환전받을 수 있다. 다소 번거로워도 요즘처럼 엔화 값이 많이 떨어졌을 때 매입했다가 환율이 오르면 되팔아 환차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환전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고 분실ㆍ도난의 위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런 우려를 덜려면 엔화 예금 통장을 이용하면 된다. 일단 원화로 입금을 하면 엔화로 통장에 표시되는 예금이다. 만기시엔 원화나 엔화 모두로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엔화 통장의 금리는 연 1% 내외로 사실상 제로 수준이다. 따라서 환율 변동으로만 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해외송금 수수료나 환전시 우대환율 혜택이 있어 이전까진 일본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송금목적으로 주로 이용했지만 최근엔 엔화값 변동을 노리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엔화환율 연계예금(ELD)도 고려 대상이다. 상승형과 하락형 2가지 유형이 있는데 상승형에 가입하면 만기환율이 기준환율 대비 일정 목표 비율까지 올랐을 때(엔고) 연 최고 확정수익률을 지급한다. 반대로 하락형은 만기 환율이 기준환율 대비 일종 목표까지 하락시(엔저) 연 최고 수익률을 주고 원금까지 보장해준다. 단, ELD는 시중은행에서 특판 상품으로 내놓는 경우가 많아 타이밍을 잘 노려야 한다.


▶FX마진거래로 ‘한국판 와타나베’ 되볼까=보다 적극적인 투자자로서 고위험ㆍ고수익 방식을 취하고 싶다면 FX(Foreign Exchangeㆍ외환)마진거래에 나서면 된다. 국제외환시장에서 개인이 직접 외국의 통화를 거래하는 파생상품으로 장외해외통화선물거래다. FX마진거래 시장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자금의 흐름이 많은 금융시장으로 그 규모가 전 세계 주식시장 1일 거래량의 100배를 상회한다.

단순히 보면 특정 화폐의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팔고,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화폐는 사는 매매법이다. 증권사나 선물사에 일정 금액을 맡기고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24시간 거래가 가능해 국내에서도 개인들의 거래가 늘고 있다. 일본에선 온라인 환거래를 하는 주부를 가리키는 ‘와타나베 부인’이 유명해질 정도로 일상화됐다.

하지만 원화와 엔화의 환율 묶음은 없고 ‘달러-엔’, ‘유로화-엔’ 등의 매칭밖에 없어 국내 투자자들로선 원, 달러, 엔 등 3가지 통화의 환율을 동시에 계산하고 예측해야 하는 복잡함이 있다. 파생상품이다 보니 실제 투자금의 10배까지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작년 엔화 약세를 예상하고 베팅해 수천억원의 차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FX마진거래에서 건당 계약 금액은 10만달러(약 1억원)다. 그러나 이 거래를 하기 위해 투자자가 계좌에 넣어야 하는 증거금(실제 투자금)은 10%인 1만달러(약 1000만원)만 있으면 된다. 레버리지 효과 때문에 두 통화의 환율이 1% 움직이면 수익은 10% 움직인다.

일본주식이나 일본펀드 등 간접적인 엔화 투자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수익성이 악화됐던 일본 자동차 산업 등이 엔저의 영향으로 실적이 크게 뛰면서 주식가치도 상승 중이기 때문이다.

gil@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