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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전운 감도는 현대중공업…권오갑 사장, 민심 달래기 총력
뉴스종합| 2014-09-23 10:33
-23일 오전 울산본사 정문서 2시간 동안 출근길 직원 만나
-“최근 위기 회사의 책임…이해관계 내려놓고 회사 위한 길 생각해달라”
-현대중공업 노조, 23~26일 파업 찬반 투표 진행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현대중공업 노조 파업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사측이 현장 민심 달래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구원투수로 전격 투입된 권오갑<사진>현대중공업 사장은 23일 오전 6시20분부터 8시까지 2시간 동안 울산 본사 정문에서 출근길 직원들을 직접 만나 자신이 쓴 담화문을 직접 나눠주며 위기 극복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권 사장은 담화문을 통해 “회사가 가족 여러분의 마음을 얻지 못하게 된 것은 회사의 잘못과 책임”이라며 “여러분이 열심히 일해 온 만큼 회사는 이익을 내서 최고의 대우, 최고의 직장이 돼야 하지만 최근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실망을 드렸다”며 경영진의 소홀을 솔직히 인정했다.

권 사장은 “여러분이 회사를 다시 신뢰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앞장서서 무엇이든지 다하겠다”며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이야기를 듣고 조금의 망설임 없이 실행에 옮겨 나가겠다”고 호소했다.

권 사장의 이같은 행보는 직원들의 마음을 달래고 노조의 파업을 막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3일부터 26일까지 조합원 1만8000여명을 상대로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권 사장은 담화문에서 “여러분도 이제 모든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오직 현대중공업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다음은 권 사장의 담화문 전문이다. 


권오갑<사진>현대중공업 사장이 울산 본사 정문에서 오전 6시20분부터 8시까지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임직원에게 드리는 글’을 나눠주며 회사의 위기극복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사진=현대중공업>

존경하는 현대중공업 가족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롭게 현대중공업 경영을 책임지게 된 권오갑 사장입니다.

현대중공업은 제가 37년간 일해왔던 고향입니다.

지난 몇 년간 잠시 몸은 떠나 있었지만, ‘자랑스러운 현중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늘 가슴속에 새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현중인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자랑스러운 일터인 현대중공업이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회사 안팎의 경영상황이 전에 없이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무엇보다 회사가 현중 가족 여러분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누구에게 잘못이 있고,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에 대해 많은 분들이 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제 진심으로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회사가 가족 여러분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게 되었다면 그것은 회사의 잘못이며, 책임입니다.

저는 진심으로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사랑하는 현중 가족 여러분,

여러분들께서 지금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해 오셨던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열심히 일해 오신만큼 회사는 이익을 내서 최고의 대우, 최고의 직장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최근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여러분께 실망을 드렸습니다.

열심히 일해 오신 여러분이 아니라, 바로 회사의 책임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

회사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께서 생각하시듯, 저 또한 회사가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1위의 기업이라는 명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일할 맛 나는 회사, 신바람 나는 회사 내가 믿고 기대고, 내 땀과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회사로 여러분께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께 약속드리겠습니다. 분명히 그렇게 바꾸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바꿔나가겠습니다.

여러분께서 회사를 다시 신뢰하실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앞장서서 무엇이든지 다하겠습니다.

회사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이야기를 듣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실행에 옮겨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현중 가족 여러분, 저는 지금까지 거짓 없이 솔직하고, 진정성을 갖고 노력하며 살아왔습니다.

제가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오직 제가 맡은 일에 제 모든 것을 걸고 일해 왔습니다.

현대중공업으로 돌아오면서도 수없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왜 그랬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고(故)정주영 명예회장님께서 열정과 신념으로 창업하셨고,여러분이 땀과 열정을 쏟아 우리나라의 자랑으로 발전해 온 현대중공업, 우리 현중 가족 여러분들의 삶의 터전인 현대중공업을

과연 제가 잘 경영할 수 있을까에 대한 스스로의 고민이었습니다.

저는 그 출발점이 여러분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거창한 미사여구는 내려놓겠습니다. 저는 회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 여러분의 진심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명절에 고향에 가시면 회사 자랑을 가족들에게 하실 만큼 여러분이 회사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가슴 뭉클한 이야기 입니까.여러분도 이제 모든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오직 현대중공업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십시오.

저와 여러분이 함께 손을 잡고 진정한 새출발에 나설 수 있도록 큰 마음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우리 모두 신바람나게 일하는 직장으로 바꿔봅시다. 국가 경제에 큰 힘이 되고, 우리 사회와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회사로 만들어 봅시다.

저 혼자의 힘으로도 할 수 없고, 지금처럼 해서도 불가능합니다. 우리 모두의 열정과 치열함이 모아져야 가능합니다.

여러분은 우리 회사의 소중한 재산입니다. 여러분이 없으면 우리 회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저를 믿고 여러분 마음속에 있는 진심이 무엇인지, 회사와 나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반드시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비록 우리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여러분이 힘을 모아 주신다면 반드시 우리는 현대중공업의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과거보다는 미래를 보고 달려갈 것입니다. 저는 동종업계 어느 회사보다도 여러분이 일한 대가를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자긍심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제 진심이 여러분에게 전달되었기를 바라며,

여러분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합니다.

환절기 건강 유의하시고, 여러분 가정에도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드립니다.


2014년 9월 23일

사장 권오갑 드림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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