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안철수의 초심
뉴스종합| 2014-09-26 11:27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정치입문 2년의 소회를 밝혔다. “그동안 값진 경험을 했고, 이를 교훈 삼아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다시 한 걸음씩 시작하겠다”는 게 그 요지다.

그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2012년 9월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였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거론되던 시점부터 치면 만 3년이 됐다. 2~3년에 불과한 기간이었지만 안 의원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트 같은 정치 역정을 경험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처음의 자리에 돌아왔다.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안 의원의 정치 인생은 이제부터 본격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정치적 변곡점에 설 때마다 초심을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초심은 새정치다. 기존의 정치가 바뀌어야 우리의 삶이 바뀐다는 게 일관된 주장이다. 대선 출마 선언하며 정치에 입문할 때도, 대선 직후 미국으로 떠난 뒤 정치 재개를 위해 귀국하면서 밝힌 일성(一聲)도 새정치였다. 지난 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신당’을 꾸릴 준비를 할 때도 새정치가 모토였다. 이후 민주당과 통합하면서 내세운 기치도 그랬고, 60년 전통의 야당 이름조차 그가 관여하면서 아예 ‘새정치연합’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결과는 늘 만족스럽지 못했다. 초심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입버릇처럼 새정치를 외쳤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행동은 없었던 것이다.

잠시 되돌아보자. 대선에 출마한 그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말이 나오자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며 일축했다. 그의 정치에는 정치공학적 판단은 없다는 메시지다. 하지만 그는 결국 완주하지 못했다. 새정치연합 대표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당공천 폐지를 근간으로 거대 야당을 개혁하겠다고 큰 소리 쳤지만 무산되고 말았다. 자신의 당내 입지를 위해 기성 정치와 쉽게 타협해 버린 것이다. 입지 확보는 커녕 말바꾸기 잘하는 지도자라는 인상만 남겼다.

결정적 악수(惡手)는 6ㆍ4지방선거와 7ㆍ30 재보선 공천이다. 전략공천이란 이름으로 독선적인 공천권을 행사했고, 그 과정은 기성 정치판을 뺨칠 정도로 어지러웠다. 그 결과는 선거 참패로 이어졌고, 그는 대표직을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더 뼈 아픈 것은 ‘안철수 정치도 그저 그런 구태 정치와 다를 게 없다’는 인식이 모두의 뇌리에 각인됐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실망할 단계는 아니다. 그의 초심이 정치판에서 제대로 작동하기를 한 번 더 기대해 본다. 식물 단계를 넘어 뇌사 상태에 빠져 사경을 헤매는 우리 정치판을 보라.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안철수식 새정치가 들어설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3년 전, 온 나라가 안철수 신드롬에 빠져들었다. 철옹성보다 더 단단하다던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리며 단박에 대권 후보로 부상할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 정치인 안철수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다. 새정치의 구현이다. 구태의 유혹을 떨치고 어렵고 힘들더라도 남들이 가지 않는 안철수식 새정치의 길을 가야 비로소 성공한 정치인이 될 수 있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이전의 자리인 의사이자 성공한 사업가 ‘안철수 교수’로 돌아가라. 그게 국가를 위해 더 도움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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