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현대차그룹, ‘한전부지’ 이어 ‘동부특수강’도 통 큰 투자?
뉴스종합| 2014-09-26 10:30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현대차그룹이 동부특수강 인수전에도 참여하면서 한전부지 인수에서 보여줬던 ‘통 큰 투자’를 재현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전 부지와 비교해 규모가 작고, 인수가 불발돼도 큰 타격이 없지만, 특수강 업계 후발주자인 현대제철로서는 동부특수강을 인수하면 단숨에 업계 1위를 노릴 수 있다. 특히 정몽구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며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제철 이사회를 맡은 후 첫 인수합병(M&A)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끄는 승부다.

현대제철은 지난 25일 산업은행에 동부특수강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했다. 동부특수강 인수전에는 현대제철과 함께 세아그룹, 동일산업과 해외 재무적 투자자(FI) 1곳 등 총 4곳이 참여했다.

특수강은 쇳물을 봉강과 선재로 만드는 1차 공정과 이를 공급처에 맞춰 가공하는 2차 공정으로 나뉜다. 현대제철은 현재 충남 당진에 연산 100만t 규모의 봉강과 선재를 만드는 특수강 공장을 짓고 있다. 이 때문에 이를 가공할 2차 공정 진출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동부특수강 외에 다른 업체를 인수할 수도 있고, 직접 투자를 통해 2차 공정에 진출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 조기 안정화 측면에서 업계 2위인 동부특수강을 인수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도 “당진에 건설중인 특수강 공장은 하공정까지 갖춰야 완결이라고 할 수 있다”며 동부특수강 인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제철에서 치르는 첫 M&A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 2월 정몽구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이사회에는 정의선 부회장만 남게 됐다. 제철사업의 지휘권을 넘기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이번 인수의 결정권은 표면상으로는 대표이사인 박승하 부회장이 쥐고 있다. 또 현대제철 내규는 인수ㆍ합병 규모가 자산의 2.5% 이하인 경우 이사회는 별도의 안건 상정 없이 결정권을 대표이사에게 위임할 수 있다. 현대제철의 상반기 기준 자산 규모는 29조3900억원에 달한다. 보유 현금만도 1조원이다. 굳이 이사회를 열지 않아도 될 규모지만, 품질 및 경영기획 업무를 담당한 정 부회장이 사실상 최종결정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현대제철의 참여로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동부특수강의 몸 값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올 초 매각설이 제기됐을 때 매각 가격은 2000억~2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됐지만, 최근에는 3000억~4000억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경쟁사인 세아그룹도 최고경영자(CEO)인 이순형 회장이 인수의지를 밝혔고, 최대주주인 이태성 상무가 직접 태스크포스(TF)팀을 이끌 정도로 적극적이다. 자금력도 수 천억원을 동원할 정도로 막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코 만만한 승부가 아닌 셈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동부인천스틸, 동부당진항만 등 동부그룹 매물이 나올 때마다 자본력이 있는 현대제철이 인수 우선 순위로 꼽혔지만 늘 신중한 모습을 보여온 반면 동부특수강은 공개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힌 경우여서 적극적으로 가격을 써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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