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일반
상가 분양은 엿장수 마음대로?
부동산| 2014-10-13 11:03
일관성 없는 분양에 청약자 골탕
청약제도 있지만 규정 다소 허술
청약 방식-당첨자 선정 등 편법


“왜 이 상가 청약은 청약신청금 입금 순으로 진행하고, 저 상가는 청약신청금 입금 후 추첨으로 진행하나요? 상가 청약에 관심을 갖고 지켜봤더니 제도가 엉망입니다. 엉망.”(40대 투자자 L씨)

아파트 청약과 마찬가지로 상가도 엄연한 청약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규정이 다소 허술해 청약자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주택법(단지 내 상가), 건축법(일반 상가) 등 관련 규정에 따르면 3000㎡ 이상 되는 상가는 아파트 청약과 같은 형식의 청약 절차를 거쳐 판매해야 한다. 그러나 이해 관계자들의 의도에 따라 청약 방식이나 청약 후 당첨자 선정 과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혼란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 분양한 위례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정식 청약 방식을 그대로 따랐지만, 당첨자 선정 방식을 청약신청금 입금 순으로 정해 논란을 일으켰다.

상가 청약 과정에서 편법이 난무하고 있어 상가 청약 제도에 대한 조속한 정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한 아파트 단지 상가 조감도.

향후 유망 부동산 투자처로 각광받은 이 상가는 부동산 불황기임에도 평균 10대 1, 최고 49대 1의 뜨거운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4일만에 100% 계약을 완료했다. 웃돈도 최소 수천만원씩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입금 순이라는 당첨자 선정 방식에 있었다. 청약 신청자들 일부는 당일 아침 은행영업점 개장 시간에 은행 앞에 진을 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잘 아는 은행 직원에게 부탁을 하거나 인터넷뱅킹에 능한 지인을 불러 아침부터 컴퓨터 앞을 지키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결국 당첨자는 초 단위를 다툰 끝에 결정됐다. 분양 관계자는 “공지한대로 입금시간 목록을 뽑아 초 단위로 당첨자를 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탈락자들은 “상가 분양과 인터넷뱅킹 실력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역시 입지가 우수하고 유동인구가 많아 청약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 서울 사대문 안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는 오는 10월 말 분양을 앞두고 청약신청금 입금 후 추첨 방식으로 당첨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분양 관계자는 “상가 분양 성공 가능성이 높아 각종 편법을 지양하고 정석대로 청약 신청을 받은 뒤 추첨을 통해 공정하게 당첨자를 가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입금 순이 아니어서 청약신청 시간에 맞춰 부산을 떨 필요는 없어졌지만 수십대 일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관심이 고조되면 ‘당첨만 되면 로또’라는 식의 사행심과 함께 청약 광풍이 불어 그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지난 7월 분양한 세종시의 한 주상복합 상가 등 다수의 상가 분양 사례에서 정식 청약과정은 거치지만 일명 ‘깜깜이’ 분양 방식을 선호해 논란이 되기도 한다.

관련 규정상 청약 전 3회 상가분양 공고를 내고 분양가 등 자세한 사항을 알린 뒤 청약에 들어가야 하지만 상가의 특성상 최대한 조용히 분양 일정을 진행한 뒤 선착순 분양으로 돌려 실수요자에게 맞춤형 분양을 하고 있는 것. 분양자는 실제 계약률을 높일 수 있고 계약자는 원하는 상가를 선택할 수 있어 ‘윈-윈’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이를 인정할 경우 현재의 상가 청약제도가 유명무실해져 제도 개편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이렇게 당첨자 선정 방식이 입금 순이나 추첨 등 일정한 형식 없이 분양자 ‘마음대로’ 진행되는 이유는 관련 규정에 청약은 의무지만 당첨자 선정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현재 아파트 청약 관련 규정보다 상가 청약 관련 규정이 미비한 상태”라며 “상가는 수익형 상품이기 때문에 투자에 따른 명암 대비가 확실해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보다 투자자의 피해가 훨씬 커질 수 있어 관계 당국의 면밀한 관리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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