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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레전드 보존하기
엔터테인먼트| 2014-10-22 11:13
한국 스포츠 역사는 승리의 기록이다. 해방 이후 정부수립도 하기 전인 1948년 7월 런던올림픽에 태극기를 앞세우고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이후 지난 60여년간 세계 스포츠사에 전무후무한 성과를 올리며 ‘세계의 전설’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스포츠의 발전사는 척박한 환경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경제 성장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유니버시아드 등 다양한 세계 규모 대회에서 승리의 북소리를 울렸다. 세계 스포츠 10대 강국에 올라선 한국 스포츠에 금메달의 뿌리를 개척한 1세대들은 어느덧 황혼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지난 15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2회 대한민국 체육상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정동구(72) 체육인재육성재단 고문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링 대표팀 코치로 양정모의 건국 이후 첫 올림픽 금메달을 일궜던 한국 레슬링의 원로이다.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개선한 정동구 코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초청한 청와대 환영연에서 “한국체육이 발전하기 위해선 체육전문대학의 창설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해 국립대인 한국체육대학을 만드는 데 기여를 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농구 사상 첫 남녀 동반우승의 쾌거를 달성하는 데 한 몫을 한 방열(73) 대한농구협회장은 국가대표 선수, 국가대표 감독, 실업팀 감독을 거쳐 대학교수와 총장, 경기단체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농구에서는 레전드로 꼽을만하다. 1962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고,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 감독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조흥은행, 현대, 기아 등 창단 남녀농구팀 지도자로 발군의 성적을 올렸다. 지도자 은퇴이후 공부에 정진,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가천대 교수로 임용돼 종합대학총장(건동대)까지 역임했다. 지난해에는 농구사상 처음으로 경기인 출신 회장으로 취임했다.

체육계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이들은 두 사람 말고도 많다. 하지만 각 종목에서 나름대로 탁월한 성과를 거둔 역사적인 인물들이 점차 세인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전설속의 이야기’로 되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안타까운 심정이다. 이는 세대별 차이도 있겠지만 체계적인 개인의 역사보존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주된 이유이다. 그동안 국가적으로 성적을 올리는 데 주력하고 개인들의 역정과 삶에 대해선 별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 체육계의 전반적인 분위기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른 뒤 문화관광부의 지원 아래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사건과 인물 중심으로 더듬어보는 ‘이야기-한국체육사’를 종목별, 시대별로 체육언론인들의 취재와 자료 수집 등으로 편찬, 연작으로 발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한국 스포츠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스포츠 레전드들의 개인적 이야기를 조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들이 생존해 있을 때 후배들에게 좋은 양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레전드 역사보존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원로 한 사람을 잃는 것은 큰 도서관을 잃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스포츠 레전드들이 어렵게 쌓은 유산이 후손들에게 제대로 전수될 때, 한국 스포츠의 기반은 더욱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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