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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게 없다” 드라마 외면한 시청자들 ‘가요무대’로 모였나
엔터테인먼트| 2014-10-23 08:59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월요일 밤 10시 지상파 방송3사 미니시리즈의 시청률이 나날이 ‘하향평준화’를 거듭할 때, 나 홀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저력의 장수 음악 프로그램이 있다. KBS 1TV ‘가요무대’다.

최근 ‘가요무대’는 동시간대 드라마를 압도하는 시청률로 최전성기를 맞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방송된 ‘가요무대’는 전국 기준 13.8%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경쟁작들은 사실 쟁쟁하다. 연기파 배우(한석규)와 청춘스타(정일우 정윤호 주원 이제훈)들이 총출동한 ‘야심작’들이 방송3사에 포진하고 있다. 이름값에 비한다면 성적표는 민망하다. MBC ‘야경꾼일지’가 11.5%, SBS ‘비밀의 문’이 6%, KBS 2TV ‘내일도 칸타빌레’가 5.8%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수준이다. ‘가요무대’에 비한다면 ‘비밀의 문’과 ‘내일도 칸타빌레’도 반토막도 되지 않는 수치다. 


심지어 단발성 일인자가 아니다. 지난달 22일 방송분 시청률은 13.0%였고 29일에도 ‘가요무대’는 11.3%(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로 1위를 차지했다. 10월 6일에는 무려 14.2%를 기록했으며 10월 13일에도 동시간대 시청률 1위였다.

오후 10시대 월화드라마의 시청률 하락은 리모컨을 쥐고 있는 중장년층 세대를 사로잡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플랫폼의 다양화로 젊은 시청층이 이탈하자 지상파 3사에선 앞다퉈 젊은 드라마를 내놓고 있지만, ‘청춘드라마’(내일도 칸타빌레)를 표방하면 유치하고 어설프기 십상이고, 젊어진 퓨전사극(야경꾼일지)는 스토리가 산으로 흘러 심지어 주연배우의 존재감도 사라졌다. 중장년층 이상도 소화할 만한 사극(비밀의 문)은 복잡하고 어려운 스토리로 채널 고정이 힘들다. ‘본방사수’가 무의미해진 때에 방송사들은 나름의 전략을 세운 듯 보이지만 결국 가장 중요했을 콘텐츠의 부실함은 어느 세대도 소화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결국 리모컨을 움켜쥔 세대는 드라마를 외면하는 대신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으로 떠났다는 시청자 반응이 적지않다. 시청자 게시판과 SNS에는 “드라마를 볼 게 없어 ‘가요무대’ 틀어놓고 가족들과 대화한다”(ayno****)는 반응부터 “동시간대 드라마들이 전부 젊은 취향에 아이돌 출신들이 나오니 어른들은 당연히 보지 않을 것”(xbea****)이라는 촌철살인 평가도 적혔다. ‘가요무대’의 자체 매력을 높이 사는 반응도 있다. “연령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40대가 되니 ‘가요무대’가 은근히 중독성있게 다가온다. 매주 토요일에 혹시라도 놓치면 섭섭하다”(kito****)거나 “중년층 이상, 심지어 노년층 겨냥한게 맞는데 의외로 젊은 가수들이 나올 때도 있고 골라서 듣으면 나름대로 그 맛이 있다”(smsm****)는 것이다.

1985년부터 29년째 방송, 충성도 높은 고정 시청층을 바탕으로 사랑받고 있는 ‘가요무대’에 대해 양동일 예능팀장은 “가요무대의 인기 비결은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는 ‘고향집 된장찌개’와 같은 구수하고 편안한 프로그램의 맛이 전해지기 때문”이라며,“유행가를 들려주는 단순한 음악 프로그램이 아닌, 시대와 사회, 계절과 인생을 함께 얘기하는 프로그램인 데다, 변화무쌍한 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전달해 주는 것도 강점”이라고 자체 분석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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