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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호, 불굴의 추격전
엔터테인먼트| 2014-10-24 11:03
2014 구리 3쿠션 월드컵은 벨기에 에디 메르크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지만 국내 선수중 팬들에게 환호와 감동을 준 선수는 바로 조재호다.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피나는 노력으로 국내 탑클래스에 오른 그는 꾸준한 세계 도전 끝에 시드선수의 자격도 얻고 올 초 2월에 있었던 터키 이스탄불 월드컵에서 후구 8점을 치고 대역전극을 펼치며 우승을 한 노력파의 전형이다.

이번 구리 월드컵에서도 그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32강에서 페루의 라몬 로드리게스를 단 10이닝에 40점을 쳐 물리치고, 16강에서는 벨기에의 강호 롤란드 포툼마저 16이닝에 제압해 버렸다. 


운명의 8강전, 대회 에버리지 세계 신기록을 가지고 있는 토브욘 블롬달을 만났다. 조재호 선수의 득점력을 의식한 블롬달의 초반 폭격이 이어지며 전반 4이닝만에 23대1로 블롬달이 리드해 나갔다. 하지만 이에 굴복할 조재호가 아니었고, 후반 시작하자마자 쫓아가기 시작해서 11이닝에 29대24로 점수차를 좁혔다. 승부사 블롬달은 12이닝째 공격권을 넘겨받자마자 무려 10점을 쳤다. 그는 39대24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 했다. 하지만 다시 불굴의 대추격이 펼쳐졌다. 조재호는 3점, 1점, 6점을 쳐서 39대34로 쫓아갔다.

15이닝째 마지막 1점을 쳐서 40점을 만든 블롬달이 자리에 앉고 조재호의 후구가 시작됐다.(참고로 세계대회에서는 선구를 취했던 선수가 승리조건인 40점에 도달하더도 후구에 치는 선수에게 초구를 놓고 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주어진다.) 마지막 기회에 조재호는 한점 한점 최선을 다해 득점을 이어 나가며 5점을 친다. 그리고 마지막 1점을 남겨놓고 그림과 같은 배치의 공을 해결해야 했다.

소위 ‘횡단샷’이다. 조재호가 가장 좋아 하고 자신 있어 하는 배치다. 그런 긴장된 상황에서 고민이 될 수도 있었지만 조재호는 과감하게 스피드를 살려 득점에 성공한다. 비록 40대40 동률로 치러진 승부치기에서 결국 블롬달에게 패했지만 큰 점수차를 극복하고 동점을 이루어낸 조재호에게 팬들은 열화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그림에 나와 있는 배치는 횡단샷 중에서도 기본에 속한다. 하지만 철저히 계산된 설계와 정확한 스트록으로 연습해두지 않으면 어려운 배치다. 조재호의 이번 대회 에버리지는 2.927 이다. 아마 세 경기 이상 치르고 우승을 못한 선수 중에 영원한 베스트 에버리지로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성규 코줌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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