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모뉴엘〈대출사기 의혹 중견가전업체〉 쇼크에…기술금융 브레이크?
뉴스종합| 2014-10-28 11:21
“중기 지원이 되레 도덕적 해이 불렀다” 지적
관련 기관장들 “수출중기 육성책 전면 재검토”
은행 부실대출 도마위…제2사례 나올까 우려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한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 사태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기술금융에 제동이 걸릴까 우려된다.

모뉴엘은 2000년대 벤처 거품이 꺼진 후 탄생한 한국 벤처의 희귀한 성공사례로, 정부 및 금융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왔다. 하지만 모뉴엘의 사업 확장이 보유 기술 때문이 아니라 기술금융의 일종인 수출금융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기술금융 지원이 오히려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모뉴엘 사태로 수출中企 지원 ‘재검토’=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모뉴엘 사태가 핫이슈로 떠오르자 관련 기관장들은 하나같이 중소기업 지원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 국감에서는 ‘히든챔피언’ 제도를 운영 중인 수출입은행이 의원들로부터 집중 추궁을 받았다. 히든챔피언 제도는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소ㆍ중견기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모뉴엘은 2012년 인증기업으로 선정된 뒤 수은으로부터 2472억원의 금융지원을 받았다. 수은은 아직도 모뉴엘로부터 716억원(신용대출 290억원, 수출신용장 426억원)을 회수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덕훈 수은 행장은 이날 수은의 정책자금 부실집행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자 “모뉴엘 사태를 계기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중소ㆍ중견기업 육성책을 재검토하겠다”며 “정책적 지원이라 하더라도 기존보다 센 잣대를 들이댈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위 국감에서는 모뉴엘에 대한 시중은행들의 부실대출 가능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무역보험공사가 100% 보증해 줘 다른 은행들이 깐깐히 심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를 본 뒤 제도를 개선할 것이 있으면 하겠다”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제도를 다시 살펴볼 것”이라고 답했다.

▶제2의 모뉴엘 나올까 전전긍긍=시중은행들도 제2의 모뉴엘이 나올까 전전긍긍이다. 모뉴엘의 사례에서 보듯 수출입업체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가 수십 년 간 축적된 국책기관들마저 수출 사기를 당하는데, 상대적으로 관련 정보가 부족한 시중은행들은 수출 사기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출의 근거가 되는 보증서나 매출채권의 진위 여부를 은행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한 업체당 수천건에 이르는 매출채권에 대해 거래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은행들의 입장이다. 따라서 모뉴엘 사태가 재발한다고 해도 은행들은 지금처럼 기업이 제출한 보증서나 매출채권에 의지해 대출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모뉴엘과 유사한 업체가 더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은행들은 더욱 좌불안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히든챔피언 24개 기업 중 모뉴엘처럼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늘었지만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은 감소한 기업이 9개나 된다”고 지적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술금융으로 인한 부실은 은행이 다 떠안아야 하는데, 모뉴엘까지 무너진 상황에서 기술금융을 더 확대하기가 사실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