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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해고대란 조짐에 두려움…‘비인권적 처사’도 여전
뉴스종합| 2014-11-04 10:44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앞으로 삶이 두려워요.”

아파트 경비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2015년 경비원의 최저임금 100% 적용을 앞두고 해고대란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에 벌벌 떨고 있다. 감정노동자로서 힘든 일을 하는데다, 살인적인 노동강도도 버티기 어려운 판에 해고 걱정이 앞선다. 주민들은 무관심하고, CCTV 등 첨단 무인경비시스템이 사람을 대체하는 분위기도 앞날이 살얼음처럼 보이는 이유다.

해고대란 앞에 서 있는 경비원들. 이들에 대한 비인권적인 처우도 여전해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고용불안이 크면 클수록 부당한 처사에도 저항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든다고 경비원들은 자조하고 있다.

경비원은 노동법상 비교적 피로도가 적고 힘들지 않은 감시업무를 주된 업무로 하는 ‘감시적 노동자’로 분류된다. 감시적 노동자들은 ‘일반 노동자와 비교해 노동 강도가 약하고, 신체적 피로나 정신적 긴장이 적다’는 이유로 최저임금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경비원들의 업무가 주차관리, 택배, 환경미화 등 큰 폭으로 늘어났고 2007년 최저임금의 70%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을 적용받기 시작했다. 이런 저런 사정을 이유로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다가올 2015년부터 최저임금의 100%가 경비원들에게 적용된다. 

<사진설명>아파트 경비원들의 삶이 점점 피팍해져 가고 있다. 감정노동자로서, 노동은 버겁고 주민은 무관심한데다가 CCTV 등 첨단시설이 삶의 자리를 위협하면서 점점 설 땅을 잃고 있다. 서울 상계동 한 아파트단지에서의 경비원 일상이 안쓰러워 보인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이게 문제다. 경비원 임금이 올라가면 관리비가 상승하기에 많은 아파트에선 이들을 무인시스템으로 대체하고, 경비를 아끼자는 움직임이 있고, 이것이 ‘2015 경비원 해고대란’을 예고한다는 것이다.

24시간을 교대로 두사람이 일하는 경비원이 많은 현실에서 이들의 노동강도는 숨 막힐 듯 센 것이 사실이다. 주말 휴일도 없이 하루에 2~3시간 쪽잠을 자기 위한 ‘짧은 휴식‘이 전부인 이들에게 해고대란 조짐은 그야말로 사시나무 처럼떨 수 밖에 없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안성식 노원노동복지센터 사무국장은 “이번에도 관리비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예전처럼 휴게시간을 더 늘릴수도 있지만 매년 늘어난 현재의 휴게시간을 더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관리비 증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서민아파트들은 경비원들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경비원들을 영원한 을(乙)로 취급하다보니 변칙도 횡행한다. 1년단위 계약을 몇개월 단위로 강요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안성식 노원노동복지센터 사무국장은 “경비원 분신 등으로 경비원들의 처우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조심스러워 하긴 하는데, 근로계약을 변칙으로 하는 것은 내년 해고를 염두에 둔 사전조치로 보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신분 불안으로 경비원들은 비인권적인 처사에도 항의도 못한채 끙끙 앓기만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동대표나 일부 주민의 개인 심부름꾼으로 전락, 매일 비참함을 느끼고 있다는 경비원도 상당수다.

“젊은 주민들은 마주쳐도 인사도 거의 안하더라구요. 그걸 보는 자식들도 당연히 따라서 안하죠.”

인터뷰 과정서 만난 강북의 한 아파트 경비원의 이 말에선 오늘날 ‘존중받지 못하는 경비원’의 위치가 대변된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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