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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캅 헌트 시우바… 일본선 ‘OB’ 대환영
엔터테인먼트| 2014-11-11 10:09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하이킥의 달인 미르코 크로캅(40ㆍ크로아티아), 사모아의 괴인 마크 헌트(40ㆍ뉴질랜드), 도끼살인마 반델레이 시우바(38ㆍ브라질), 베이비페이스 어새신 조시 바넷(37ㆍ미국)….

이들의 공통점은 ‘올드보이’다. 우리나이로 마흔이 됐거나, 마흔에 가까운 노장이다. 전성기시절 누구 못지 않은 호쾌한 플레이로 챔피언을 경험했던 이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중 대부분은 이런저런 이유로 메이저 무대에서 퇴출됐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불러주는 곳이 있다. 바로 현재의 미국 이전에 격투기 최대시장이었던 일본이다. 

프로레슬러 출신 일본 참의원 안토니오 이노키가 세운 격투기단체 IGF(Inoki Genome Federation)는 최근 올해 말일인 12월31일 열리는 ‘이노키 봄바예 2014’의 출전확정자 명단에 크로캅, 바넷의 이름을 올렸다. 과거 프라이드FC와 K-1이 건재하던 시절 유행이 된 ‘신년전야 격투기 이벤트’ 시장에서 모객하기 위한 나름 호화카드다.

미르코 크로캅(왼쪽)의 과거 경기장면. 프라이드 무제한급GP 1회전에서 요시다 히데히코와 싸워 승리했다.

크로캅은 프라이드FC 무제한급GP 우승에 빛나는 레전드다. 비록 노쇠화와 적응 실패로 UFC에서 퇴출되며 자존심을 구겼지만 일본 팬들이 보내는 지원과 사랑은 식지 않았다. UFC 헤비급 챔피언 출신에 판크라스 챔피언과 프라이드 GP 준우승 실적의 바넷 역시 약물 문제로 UFC에서 퇴출됐지만 여전히 일본에서는 상당한 지명도를 자랑한다.

IGF가 이들을 불러들이는 것은 역시 ‘향수’다. 이들을 통해 2000년대 초중반 종합격투기를 대표하던 프라이드FC, 입식격투기의 선두주자던 K-1의 황금시대, 곧 일본 격투기의 전성기를 다시 추억할 수 있어서다. 2000년대 중후반 폭발적으로 성장한 UFC에 세계 격투기의 주도권을 뺏긴 일본의 팬들 중엔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UFC 타이틀샷이 확정된 마크 헌트(왼쪽)와 전 UFC 챔프 조시 바넷의 프라이드 무제한급 GP 1회전 맞대결 장면.

IGF는 특히 크로캅의 모객능력을 적잖이 신뢰하고 있다. 올 8월 질 것이 뻔해 보이던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출신 자국 히어로 이시이 사토시와 초대챔피언결정전을 붙여 크로캅에게 챔피언이란 감투도 씌워줬다. 이번 이노키 봄바예에선 크로캅의 1차 방어전이 메인이벤트로 마련된다. IGF 측은 입식격투기대회 글로리 등 타 대회 출전은 일정이 겹치지 않는 한 제한하지 않는 등의 배려도 하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크로캅의 대전상대로는 후지타 카즈유키가 거론되고 있다. 이시이와 리턴매치도 검토되고 있으나 이시이의 늑골 골절로 인해 성사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반델레이 시우바(오른쪽)가 특유의 매서운 눈초리로 프라이드 무제한급GP 1회전 상대인 후지타 카즈유키를 쏘아보고 있다. 시우바는 물론 이 경기에서 완승했다. 하지만 이후 2회전에서 크로캅과 만나 장렬한 KO패를 당한다.

IGF의 ‘올드보이 수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약물 의혹을 받던 중 대회사 UFC를 비난하고 돌연 은퇴를 선언한 시우바에게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시우바는 북미 격투기단체 벨라토어 MMA와 IGF 양쪽과 모두 출전 교섭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은퇴 선언 여부를 떠나 전성기를 한참 지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시우바 역시도 크로캅과 바넷처럼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던 파이터다. 현재의 라이트헤비급에 해당하는 프라이드FC 미들급 챔피언으로 장기집권하는 동안 화끈한 난타전과 친절한 장외 팬서비스로 상당한 인기를 모았다.

이들과 달리 UFC에서 타이틀전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마크 헌트도 일본 내에서 여전히 엄청난 인기를 자랑한다. 지난 9월 UFC 일본대회에서 고미 타카노리 등 홈그라운드 스타를 제치고 대회 가장 마지막 열리는 메인이벤트 경기의 주인공으로 낙점됐을 정도니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이들 파이터의 공통점은 여기서 하나 더 발견된다. 크로캅, 바넷, 시우바, 헌트, 그리고 후지타까지 모두 지난 2006년 7월1일 프라이드FC의 처음이자 마지막 무제한급 GP 개막전(1회전)에 출전했던 선수들이다. 8년 전의 선수들을 다시 한 자리에 불러모은 이런 사실에서 그 목적이 향수 달래기라는 점은 더욱 명확해진다.

지난 90년대 단돈 100만 달러가 없어서 힉슨 그레이시를 출전시키지 못했던 UFC의 현재 프랜차이즈 가치는 적게 잡아도 20억 달러 이상이다. 한국 돈으로는 2조원을 훌쩍 넘는다. 이렇게 커버린 UFC를 능가할 격투기 단체는 앞으로 다시 나오기 어렵다. 일본의 황금시대는 결코 다시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본으로선 향수라도 달래는 게 최선인 이유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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