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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책이 곧 그 사람의 이력서”
뉴스종합| 2014-11-27 11:35
4년간 900여권 대출…年수백권 구입
추천책보다 주체적인 독서가 중요해


요즘 대학 도서관에는 취업준비를 하는 학생들만으로 가득하다. 학생들은 책을 읽기보다는 토익공부를 하기 위해 도서관에 들른다. 하지만 “독서는 이력서”라며 대학 4년 내내 900여권의 책을 대출하며 독서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대학생이 있어 화제다.

건국대 상허기념도서관이 매년 뽑은 ‘최다 대출자’에 3년 연속 선정된 철학과 4학년 김병철(26·사진) 군이 주인공이다. 김 군은 27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독서는 한 사람의 가치관과 인생을 보여주는 이력서와 같다”고 했다. 올해만 무려 250여권의 책을 읽은 김 군에게 독서는 특별히 시간을 두고 하는 일이 아니다. 김 군은 “매일 세 끼의 밥을 먹듯이 그냥 자연스럽게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며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듯, 무의식적으로 책을 읽는다”고 했다. 


김 군은 지난 4년간 학교 도서관에서 총 900여권의 책을 대출했다. 도서관에서 빌리는 것 말고도 본인이 소장하고 싶은 책도 매년 수백 권을 구매한다. 김 군은 “한달 소비의 20% 가량은 책을 사는데 쓴다”며 “집에는 더 이상 책을 둘 곳이 없어 부모님께서 책을 그만 사라고 꾸중하시기도 한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최근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직전 인터넷으로 책 사재기가 한창일 당시에는 무려 150만원 어치의 책을 사기도 했다고 한다. 그 돈은 부모님에게 손을 벌린 것이 아니라, 아르바이트해서 충당했다고 한다. “친구들이 괴짜로 보는 것 같아요. 전 아무렇지도 않게 한 것인데….”

그 수많은 책 중 김 군이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은 ‘노자’다. 김 군은 “노자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사물을 바라본다”며 “노자를 읽으면서 현재 내가 사물을 보고 만지고 있더라도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이처럼 많은 책을 읽는만큼 독서에 대한 관점도 특별하다. 김 군은 독서를 ‘이력서’라고 말한다. 그는 “요즘 기업 면접관들이 왜 이렇게 이력서가 모두 똑같냐고 말한다는데, 자신이 현재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를 말하는 게 오히려 그 사람을 더 알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사람마다 성장배경이 다른데 책을 통해 자신의 고유한 성향과 관심사 등을 차별화해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몸이 구성되듯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자신의 삶을 대변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취업준비에 바쁜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천해달라는 말에 김 군은 “저는 원래 사람들에게 책 추천을 안 해요, 모두 관심 분야가 다르니까”라고 한다. 대신 ‘책 읽는 방법’만큼은 강조했다. 그는 “책을 읽을 때 단순히 글을 읽어내려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주체적인 생각을 갖고, 자신만의 생각으로 글쓴이를 비판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이런 과정이 있어야 나만의 고유성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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