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나가는 문건 수사
뉴스종합| 2014-12-19 11:34
“박관천(48) 경정이 꾸며낸 소설에 온 국민이 놀아났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윤회(59) 문건’ 파문은 박 경정의 자작극으로 급속히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검찰은 정윤회 문건을 비롯한 청와대 문건이 유출된 경로는 단 하나로 ‘박관천→최모ㆍ한모 경위→세계일보’라고 결론냈다. ‘정윤회 문건’은 박 경정이 허위로 꾸며낸 것이며, 박지만(56) EG 회장과 정윤회 씨의 ‘권력암투설’의 근거가 된 ‘미행설 문건’도 박 경정이 꾸며낸 소설인 것으로 매듭지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비선 실세’로 불리는 정 씨가 ‘청와대 3인방’과 함께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가 최대 궁금증이었다. 이와 관련해 정 씨와 박 회장 간 파워게임, 권력암투설에 대한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정윤회 문건에 등장하는 ‘십상시’ 모임의 실체와 유출 경로에 초점이 맞춰졌다. ‘십상시’ 모임이 있었다는 객관적인 물증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검찰은 “십상시 모임이 없었으니, 문건 자체에 신빙성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얽히고설킨 의혹에 비하면 결론은 맥빠질 정도로 간단했다.

유출 경로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은 ‘박 경정(반출)→한 경위(복사)→최 경위(유포)’라고 단정했지만, 최 경위가 “억울하다”며 자살해 의혹은 여전하다. 최 경위는 특히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한 경위를 회유했다”는 유서를 남겼다. 한 경위가 “정윤회 문건을 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는 말도 나온다.

이번 수사는 처음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이 나왔고, 공교롭게도 가이드라인에 딱 맞게 수사가 이뤄진 흔적이 짙은 게 사실이다. 박 대통령은 수사가 시작된 이달 초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 행위”, “찌라시 얘기에 나라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등의 강경발언을 하며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뒷말을 낳았다.

검찰은 지난 18일 박 경정에게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용서류 은닉, 무고죄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미행설 문건’ 관련해서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적용도 검토 중이다.

‘정윤회 문건’ 파문은 결론적으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 됐다. 태산이 떠나갈 듯이 요동하더니 뛰어나온 것은 쥐 한마리 뿐이었다는, 그 말을 떠올리게 한다.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박 경정이 있었다. 하지만 일개 경정이 거짓 문건으로 나라 전체를 뒤흔들었다는 사실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청와대 회유’ 의혹도 여전히 남아 있다. 정 씨와 ‘청와대 3인방’의 국정 농단 의혹도 전혀 해소되지 못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특검 요구가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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