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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 울리는 ‘취업미끼 신종 보이스피싱’ 기승
뉴스종합| 2014-12-29 08:16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최근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구직활동을 하던 김모(22ㆍ여) 양은 “합격했으니 사원증을 만들어 주겠다”던 자신의 금융정보를 보이스피싱에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A 무역회사’를 사칭한 이 업체는 김 양에게 “사원증을 만들어야 하는데 체크카드 사본을 보내달라”고 말했고 “다음주부터 교육을 할테니 출근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거리낌없이 업체에 자신의 체크카드 사본을 보낸 후 입사일만을 기다리고 있던 김 양은 출근을 이틀 앞둔 어느 월요일, 은행으로부터 “카드가 신고당해 체크카드가 지급정지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김 양의 체크카드가 대포통장으로 활용된 것. 이후 김 양은 경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게 됐다. 해당 업주가 보이스피싱을 통해 누군가의 계좌로부터 김 양의 통장에 돈을 입금했다 빼갔기 때문이다. 경찰은 김 양에게 “타인에게 카드나 통장을 양도했기 때문에 금융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처럼 구인모집을 하는 것처럼 구직자들을 속여 지원서를 받은 후, 합격했다며 금융 정보를 요구하는 신종 보이스피싱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간 “통장을 잠시만 빌려주면 수수료를 주겠다”며 노골적으로 대포통장 사용을 요구하는 사레는 많았지만 최근들어서 이처럼 취업을 미끼로 구직자를 두 번 울리는 수법이 등장한 것. 구직자들에게 기업정보를 제공하는 구인구직 중개업체에도 자성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김 양과 같이 금융 사기로 자신의 계좌가 대포통장에 이용됐을 경우, 설령 선의의 피해자라 하더라도 법적 보호를 받는 길은 요원하다. 경찰에 따르면 선의의 피해자들 역시 타인에게 계좌를 양도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전기통신금융사기 방지대책’은 대포통장을 대여한 사람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지만 이처럼 사기로 자신도 모르게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이용될 때 받는 피해에 대한 구제책이 미비한 상황이다. 때문에 실제 보이스피싱을 한 사람은 찾지 못한 채, 보이스피싱으로 인해 금전적 손해를 본 사람과 자신도 모르는 사이 통장을 빌려준 꼴이 된 사람이 서로 소송전을 벌이는 웃지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때문에 경찰과 법조계 등은 피해자들의 주의와 함께 시스템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구인구직사이트에서는 필터링 인력을 늘려가며 불법 업체를 걸러내고 있지만, 이처럼 번듯한 회사로 포장된 보이스피싱 업체까지 찾아내기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이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늘어나면서 최소한 구인구직 중개업체들이 내부적으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대두된다. 김 양은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최근 이런 피해 사례도 많으니 주의하라는 경고를 해서 미리 알려줬으면 한다”며 “등록 업체의 사업자등록증 등도 제대로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경찰 관계자는 “업체가 중개사이트에 정보를 단순히 기입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닌 해당 업체의 실존을 증면할 방법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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